"이승만·박정희 초심 본받아라"… 한국당에 주문한 '원조 좌파' 주대환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기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사진)가 24일 자유한국당에 하고 싶은 얘기라며 한 말이다. 주 대표는 이날 한국당이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자유한국당에 드리는 쓴소리’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주 대표는 민청학련 사건(1974년), 긴급조치 9호 위반(1978년), 부마항쟁(1979년) 등으로 네 차례나 구속됐고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원조 좌파’다. 그런 그가 보수정당인 한국당 행사에서 강연한 것부터가 이례적이지만 “이승만, 박정희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더욱 뜻밖이다.

주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등) 상위 10%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지적하면서 현 정부 주축을 이루는 ‘86 인사’들을 가리켜 ‘올드 레프트(old left)’라고 하는 등 비판했다.

주 대표는 이날 강연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단순히 독재자고 이상한 사람이었다면 한국이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농지개혁을 단행했고 박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원죄가 있었는데도 가난한 농민의 지지를 받아 연거푸 당선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이 이왕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정당이라고 한다면 농지개혁을 하던 이승만, 근대화 비전을 제시한 박정희의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뒷줄 왼쪽 세 번째)와 정우택 원내대표(두 번째), 이인제 전 의원(네 번째) 등이 24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뒷줄 왼쪽 세 번째)와 정우택 원내대표(두 번째), 이인제 전 의원(네 번째) 등이 24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이 주 대표를 연사로 초청한 것은 바닥으로 떨어진 국민 지지를 회복하려면 진보 진영의 주장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부자와 기득권층을 옹호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한국당은 강연 내용과 관련해 사전 조율 없이 주 대표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주 대표를 강연자로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표는 연석회의에서 “얼마나 혁신하고 어떻게 정책을 다시 짜느냐에 따라 한국당이 부활할 수도 있고 침몰할 수도 있다”며 “제한 없이 모든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강성 귀족노조 타파를 주장하는 홍 대표와 ‘상위 10% 기득권 타파’를 외치는 주 대표의 생각이 일맥상통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2일 혁신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서민중심 경제란 무엇인가’ 토론회에도 주 대표를 발제자로 초청했다. 혁신위에는 주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좌파 성향의 최해범 혁신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주 대표는 강연에서 한국당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당에서) 내보내기 바란다”며 “5·18 북한군 개입설은 정신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승만은 알지만 안창호와 조봉암은 관심 없고 박정희는 알지만 김대중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와 할아버지만 알고 어머니와 할머니는 모르는 셈”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면 당이 변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홍 대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광주 문제는 신한국당(한국당 전신)이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며 “지금 한국당에 (전두환 세력이 중심이 된) 민주정의당 쪽 사람들이 누가 남아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공론화한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3심 확정 판결 때까지 논의하지 말고 기다리자는 건 다 망하고 난 뒤에 논의하자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유승호 기자/천안=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