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와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정조준한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자산가들이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떨어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 세금 청약제도 등을 총망라한 강력한 규제를 쏟아내도 근본적인 수급(수요와 공급)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집값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 때의 학습효과가 있어 섣불리 부동산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음달 발표되는 ‘주거복지 로드맵’에 충분한 공급 대책이 포함돼야 중장기적으로도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버티기 들어간 자산가들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는 등 다주택자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이번 대책에 대해 자산가들의 절반 이상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49%가 ‘지나치게 강한 측면이 있지만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답했다. ‘시의적절한 대책’이라는 답도 8.3% 나왔다. ‘개인의 자유로운 투자를 막는 지나치게 강경한 규제’란 답변은 39.3%였다.

그러나 8·2 대책의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란 답변은 41.4%였다. 하지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반짝효과에 그칠 것’(31.7%), ‘재건축·재개발 시장에만 영향을 줄 것’(24.8%) 등으로 답했다.

이번 설문에 응한 자산가의 60%가 2가구 이상 보유자였다. 내년 4월 이후 2주택자는 매매거래 시 양도소득세 가산세율 10%포인트를 적용받는다. 3주택 이상은 20%포인트가 가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가의 41.4%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무기로 매도를 유도했지만 일단 ‘버티기’를 택한 셈이다. 주택을 매도하겠다는 다주택 자산가는 5명 중 1명에 그쳤다. 15.9%가 매도하겠다고 답했다. 3.4%는 현재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지만 팔겠다고 했다. 증여를 선택한 응답자는 3.4%였다.

임대주택 등록에 대해서도 아직 소극적인 분위기였다. 이번 기회에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겠다는 자산가는 15.2%, 이미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고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자산가는 3.4%였다.

◆한강변 재건축 선호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됐지만 여전히 부동산 자산 선호도는 높았다. 자산가의 70.3%가 향후 1년간 투자할 상품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주식(7.6%), 외환(2.15%) 등에 대한 선호도는 현저하게 낮았다. 총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을 줄이겠다는 자산가는 13.1%에 그쳤다.

부동산 상품 가운데서도 재건축·재개발주택의 인기가 지속됐다. 자산가의 31.77%가 재건축·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상가(17.9%), 중소형 빌딩(17.2%), 주택(15.2%)을 택한 응답자도 많았다.

소형 아파트 선호현상도 뚜렷했다. 추가로 구입할 주택의 면적으로 ‘전용면적 31~60㎡ 이하’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58.6%로 가장 높았다. 전용 84㎡ 주택형이 27.6%로 뒤를 이었고 대형을 택한 응답자는 6.9%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서울 한강변에 대한 관심이 가장 컸다. 지역별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70.3%가 성동·용산·마포 등 한강변 지역을 꼽았고 강남권에 투자하겠다는 답변도 42.1%였다. 두 권역 모두 이번 대책에서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반면 세종시와 혁신도시, 부산·제주는 각각 2.1%와 5.5%에 그쳤다.

주택에 투자하는 목적을 묻는 질문에는 53.8%가 시세차익을 꼽았다. 이어 임대수익(26.2%) 실거주(11.7%) 증여(5.5%) 등의 순이었다. 앞으로 집값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정부 규제(35.2%)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 뒤를 거시경제 회복(24.1%), 금리정책(22.8%) 등이 이었다. 가계부채를 꼽은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은퇴 후 주택매매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5.2%)이 기존 집에서 그대로 살겠다고 대답했다. 시내에서 현재보다 작은 집으로 옮길 것이란 대답도 36.6% 나왔다. 그러나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거나(3.4%), 귀농·귀촌할 것(0.7%)이란 대답은 많지 않았다.

조수영/선한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