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초에 연 24%로 내리기로 하면서 대부업체,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 회사들이 ‘멘붕’에 빠졌다. 이르면 내년 말께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기가 대폭 앞당겨져서다. 2금융 회사들은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이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 '후폭풍'… 저신용자 대출절벽 오나
◆최고금리 인하, 연장때도 적용

내년부터 모든 대출에 대해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다. 대부업체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최고금리는 연 27.9%에서 연 24%로, 개인 간 거래 때는 연 25%에서 연 24%로 내린다. 새 법정 최고금리는 내년 신규로 체결하거나 갱신, 연장하는 대출계약부터 적용된다. 이미 체결한 대출계약에는 최고금리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소비자가 최고금리 인하 사실을 몰라도 자동으로 인하된 금리를 적용받도록 했다. 기존 계약의 만기가 도래했는데도 대부 이용자가 별말 없이 약정이자를 정상 납입하면 대부업자가 기존 금리대로 이자를 받아오던 ‘연장 계약’에도 연 24%의 최고금리가 적용된다. 내년 1월 이후 신규로 체결하거나 갱신, 연장하는 대출계약부터는 연 24%가 넘는 금리를 받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시행 이전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단기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해다.

◆대부업체 저축은행 초비상

대부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2011년 연 39%이던 법정 최고금리를 2014년 연 34%, 지난해 3월 연 27.9%로 연달아 내렸는데 또다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연 20%대 초반의 금리로는 사업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작년 3월 법정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연 27.9%로 내린 뒤 신용대출을 취급하던 회원사 가운데 38%가 폐업하거나 신용대출을 중단했다”며 “공모사채 발행을 금지하고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 자금조달 방법을 막아놓고 금리만 내리면 대부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체 이자 등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받아오던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업체들도 이번 정책의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최고금리 인하까지 덮쳤다”며 “내년부터는 떼일 걱정이 큰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의 카드론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도 “수익성이 높은 고금리 상품들의 대출 조건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신용자 ‘대출 절벽’ 위기

저신용자들이 이번 정책의 여파로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부금융협회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5%로 내려가면 34만 명의 대부업 이용자들이 신규대출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저신용자는 지난해 119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 명가량 줄었다.

김대규 서울디지털대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최고금리 인하는 200만 대부업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 것”이라며 “2010년 상한 금리를 연 29.2%에서 연 20%로 낮춘 일본은 4000여 개에 달하던 대부업체가 1800여 개로 줄면서 연 2000%대의 불법 사금융이 증가하는 등 혹독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단속을 강화하고 저신용자에 대한 정책 서민금융 공급을 늘려 부작용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정지은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