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작업이 ‘암초’에 직면했다.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지분 요구 등으로 이견이 빚어지면서 매각 계약 체결이 늦어지는 와중에 도시바 측이 미국 웨스턴디지털, 대만 훙하이 등과도 매각 협상을 재개하고 나선 것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등 7개 주거래은행과 한 설명회에서 “웨스턴디지털, 훙하이 등과도 매각 협상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한·미·일 연합’과의 매각계약 체결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다른 진영과도 협의에 들어가게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날 은행 거래설명회에서 히라다 마사요시 도시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미·일 연합’과의 협의에 대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바 관계자들은 SK하이닉스의 출자 형태를 둘러싸고 조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매각계약이 무산될 경우 SK하이닉스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시바가 당초 인수 경쟁자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매각협상을 재개함에 따라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에선 SK하이닉스가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여론이나 재계를 납득시키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부각돼왔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의결권을 확보하면 주요국의 반독점 심사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도 부담으로 지목됐다.

도시바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는 웨스턴디지털과의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소송에 대해선 “판매 금지 명령이 나오더라도 매각계약 절차는 진행된다”고 못 박았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