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LCC로…' 조종사 부족, 정부·항공업계 공동대응
국토부·국내항공사 '조종인력 수급 민관협의체' 첫 회의
설립 준비 LCC '줄줄이 대기'…중국 항공사 외국인 조종사 20%가 '코리안'


항공산업 호황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항공사들은 조종사 양성·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조종사 수급은 개별 항공사가 책임져야 할 문제지만,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 '조종사 부족' 해결 머리 맞대는 민관협의체 발족

9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업계는 이달 5일 김포공항에 있는 한국공항공사에서 '조종인력 수급 등을 위한 민관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다.

이 협의체는 지난달 27일 맹성규 국토부 2차관이 국적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진행한 항공안전 간담회에서 항공사 CEO들이 조종사 부족 현상을 호소하자 맹 차관이 '정부와 업계가 함께 해법 마련을 위해 논의해보자'고 제안해 구성됐다.

첫 회의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7곳의 운항본부장 등 임원과 국토부 간부 등이 참석했다.

대형항공사들은 중국 등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는 해외 항공사와 국내 신생 LCC들의 '조종사 모시기 경쟁'으로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LCC들 역시 여객기 도입과 노선 증설에 따른 조종사 수요가 급증하지만, 조종사 확보가 어렵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구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조종사 확보와 양성은 개별 항공사가 해결해야 할 몫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항공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민관은 앞으로 수시로 만나 조종인력 수급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 국내 LCC '춘추전국시대'…중국 항공사 외국인 기장 20%가 '코리안'

국내 국적 항공사의 조종사는 2010년 3천800명에서 2014년 5천명을 넘겼고, 지난해 말 5천600명까지 급속도로 늘었다.

국내 항공산업은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자 구도였지만, 진에어·제주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LCC들이 속속 설립되면서 경쟁적으로 여객기를 도입하고 노선을 늘리는 과정에서 조종사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플라이양양(양양), 한화그룹이 투자한 에어로-K(청주), 에어대구(대구), 남부에어(밀양), 프라임항공(울산), 에어포항(포항) 등도 항공운송사업을 준비 중이어서 조종사 부족 현상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특히 출범이 확정적인 LCC가 같은 기종을 운항 중인 항공사 조종사들에게 "연봉 2억원을 주겠다"며 적극적으로 스카우트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조종사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장들은 주로 2억∼3억원대 연봉과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내세운 중국 항공사로 취업하고, 부기장들은 국내 LCC로 취업해 기장으로 승격한 뒤 다시 해외 항공사로 이직하는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 조종사 기준으로 대한항공 109명, 아시아나항공 78명, 제주항공 18명, 진에어 31명, 에어부산 19명, 이스타항공 21명, 티웨이항공 10명이 퇴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퇴사자 통계를 보면 기장 20명은 해외로, 5명은 국내 항공사로 이직했고, 부기장 35명은 모두 국내 항공사로 이직했다.

18명은 기타 사유로 퇴사했다.

진에어는 기장 13명이 해외로, 1명이 국내로 이직했고 부기장은 1명이 해외로, 7명이 국내 다른 항공사로 이직했다.

국내 조종사 가운데 해외로 이직한 총인원은 2015년 92명, 2016년 100명이었다.

대형항공사들은 조종사 인력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면서 특히 중국이 '조종사 블랙홀'이라고 지목한다.

항공업계가 파악한 중국 민항총국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국 항공사의 외국인 조종사는 전체의 7.3%인 1천5명이고, 이 가운데 한국인 조종사가 20.2%(20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장 1명 키우려면 수천만원·수천시간…"정부 지원책·업계 자구책 모두 필요"

기장 1명을 양성하는 데 오랜 기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런 인력 유출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여객기 조종사가 되려면 공군에서 비행을 배우고 15년 의무복무 후 제대하는 방법, 항공대·교통대 등 항공운항과에서 120시간 이상 비행 후 ROTC로 임관해 13년 의무복무하거나 교관 등으로 비행시간을 채우는 방법이 있다.

또 미국 등에서 조종사 유학을 하거나 비행교육원 훈련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 중 어떠한 코스를 밟든 비행시간 200시간을 채우면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다.

연간 약 800명이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실제로 항공사들은 부기장 채용 시 자격증뿐 아니라 250∼1천 시간의 비행경험과 제트기 경험을 요구한다.

비행경험은 주로 비행교관 활동을 통해 채운다.

이에 더해 필요한 제트기 교육에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비행훈련원은 약 5천만원 수준의 교육비를 내야 하고, 미국·영국·호주 등 해외에서는 순수 교육비만 2천만원∼4천500만원이 든다.

정부도 조종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0년 울진에 비행교육훈련원을 세워 조종사 양성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한국공항공사를 통해 김포공항 화물청사 안에 4천㎡ 규모의 항공훈련센터를 구축해 제트기 교육을 위한 항공기와 시뮬레이터를 설치해 1기생 교육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제트 전환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대한항공의 정석비행장이 유일했다.

이곳에서는 대한항공에 이미 입사한 조종사를 대상으로만 교육이 이뤄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종사 부족 사태가 심화하지 않도록 항공사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인프라 지원하려 한다"며 "항공사들도 외국 사례 연구, 산학협력 등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