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돈줄 건드린 월마트…'유통 난투극' 시작됐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유통질서 파괴자’ 아마존에 ‘전쟁’을 선언했다. 정보기술(IT) 협력사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캐시카우’인 클라우드 서비스(AWS·아마존웹서비스)를 쓰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는 아마존이 지난 16일 식료품업체 홀푸드를 인수하며 월마트의 핵심 사업인 식료품 유통에 뛰어들자 월마트가 폭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마존의 돈줄을 끊어 사업 확대를 막겠다는 대응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 패권을 둘러싼 온·오프라인 거인 간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킹콩’과 ‘고질라’의 공방전

‘킹콩(월마트)과 고질라(아마존)의 싸움이 클라우드로 번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월마트와 아마존의 싸움을 이같이 표현했다.

WSJ는 월마트가 IT 협력사들에 “민감한 정보가 경쟁사 플랫폼에 저장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사업관계를 유지하려면 AWS를 기반으로 한 응용프로그램을 쓰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월마트 측도 “일부 협력사가 월마트 플랫폼에서 AWS를 기반으로 한 앱(응용프로그램)을 쓰고 있어 대안을 모색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마존 측은 “월마트가 협력사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마트가 겨눈 건 아마존의 돈줄이다. 아마존은 본업이 전자상거래지만, 실제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에서 거둔다. 지난 1분기만 해도 전체 영업이익의 89%인 8억9000만달러를 AWS에서 벌었다. 여기서 돈을 벌어 인수합병(M&A)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월마트는 이런 돈줄을 묶어 아마존을 약화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에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마존 클라우드 타격 입나

월마트의 ‘반격’은 아마존에 상처를 낼 수 있다. 아마존의 약진을 불편히 여겨 온 다른 유통사도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클라우드 서비스 업계 2위)를 선택하겠다는 유통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로버트 헤투 애널리스트는 “월마트의 견제가 비록 AWS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순 없겠지만 애저 같은 AWS의 경쟁사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올해 2468억달러에서 2020년 3833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망을 통해 서버와 소프트웨어 등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아마존은 이 시장의 선두주자다. 온라인 쇼핑몰 서버관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2006년 사업을 시작, 세계 시장의 44%(올해 1분기, 시너지리서치그룹)를 점유하고 있다. MS와 IBM, 구글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월마트와 제트닷컴은 AWS를 피해 2위인 MS 애저를 활용해 왔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측은 클라우드 시장 3위인 구글 클라우드가 월마트와 아마존 간 다툼으로 얼마나 혜택을 보고 있는지 묻는 WSJ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더 많은 아마존이 필요하다”

월마트와 아마존의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월마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으로 사기 어려운 식료품 가격을 집중적으로 낮추면서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인했다. 작년 9월엔 온라인 유통업체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했다.

아마존은 최근 월마트의 주요 고객층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 99달러인 프라임 회원 수수료를 49달러로 낮추기로 했다. 또 지난주 홀푸드를 137억달러에 인수해 월마트, 코스트코 등 식료품 유통업체의 주가 폭락을 촉발했다.

아마존은 20일 소비자가 옷을 주문해 입어본 뒤 마음에 드는 옷만 살 수 있도록 하는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 출시 계획도 밝혔다. 이 여파로 노드스트롬, JC페니 등 기존 의류·유통업체 주가가 급락했다.

양측의 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아마존 같은 혁신기업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WSJ는 ‘미국은 더 많은 아마존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아마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현실을 바꾸는 기업이 있다면 경제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