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가 AT커니와 함께 개최한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7’에서 한국 기업이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으로 글로벌 산업의 지형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혁명에 적응한 기업이 전통 강자들을 밀어내는 것이 그렇다. 제조업을 주축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이다.

롤랜드 부시 지멘스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디지털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조지 베일리 세계기업센터 대표는 “앞으로 5년간 가장 중요한 변혁은 디지털 공급망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잘 해내는 기업은 성공하고 못 하면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일리 대표는 “디지털 공급망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말도 했다. 요한 오릭 AT커니 글로벌 회장은 “디지털 혁명은 더 이상 거품이 아니며 전통제조업과 결합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오릭 회장은 AI,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첨단로봇, 3D 프린팅이 결합하면 혁명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일자리를 걱정할 게 아니라 달라질 ‘일의 속성’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4차 산업혁명이든 디지털 혁명이든 본질은 같다고 본다. 한국은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기업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구시대적 규제, 후진적 노동시장 등 걸림돌이 적지 않다. 칸막이식 법·제도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더디게 하고, AI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데이터 수집부터 애를 먹는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달라질 일의 속성을 향한 인력 이동을 방해한다. 밖에서는 미국, 중국 기업 간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기업은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가. 스스로 파괴하지 않으면 언제, 누구에게 파괴당할지 모르는 시대다. 정부도 기업도 더는 주저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