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혈세 먹는 공항철도, '모럴해저드역(驛)'으로 달린다
국가 재정으로 운영 중인 공항철도 일부 직원이 명예퇴직 후 재입사하는 수법으로 재직 기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민자철도사업 1호인 공항철도는 잘못된 수요예측 탓에 정부가 매년 예산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는 대표적인 ‘세금 먹는 하마’다.

명예퇴직한 뒤 같은 본부로 재입사

8조 혈세 먹는 공항철도, '모럴해저드역(驛)'으로 달린다
6일 국토교통부 공항철도 등에 따르면 공항철도 수송본부장으로 재직하던 A씨는 지난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퇴직을 앞두고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근무하던 그는 규정에 따른 명예퇴직금도 받았다.

이후 A씨는 ‘전문사원’ 명목으로 공항철도에 복귀했다. 몇 단계를 거쳐 ‘전문부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현재는 수송본부 산하 자기부상철도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이 사업단은 인천공항공사가 공항철도에 위탁경영을 맡기며 최근 신설한 곳이다. 이 사업단의 부단장 B씨도 같은 과정(명퇴 후 재입사)을 통해 직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만한 인력 운영 사례도 드러났다. 이 회사의 전 영업본부장 C씨는 2015년 11월부터 작년 7월까지 교육 파견을 갔다. 4개월간은 외부 경력개발 컨설턴트 과정, 5개월간은 한 대학 최고전략 과정을 이수했다. 급여는 그대로 받으며 출근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부터는 본부 산하 서울역부대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이 사업단은 서울역 근처에 호텔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다. 그러나 국토부와 서울시의 서울역 통합개발 방침에 따라 현재는 별다른 업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철도 측은 “A, B씨는 비용 절감을 위한 특별채용, C씨는 고(高)직급자 보직순환을 위한 교육이었다”고 해명했다.

잘못된 수요예측이 만든 ‘신의 직장’

이런 행태에 대해 내부 직원들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한 공항철도 직원은 “(명예퇴직 후 재입사는) 확실히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공항철도 적자보전을 위해 쏟아부은 돈은 1조4262억원이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요건 때문이다. 2015년 6월 비용보전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꿨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1년 반 동안 비용보전으로 지원한 돈만 4280억원이다. 올해엔 3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공항철도가 이렇게 ‘세금 먹는 하마’가 된 것은 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먹구구로 이뤄진 수요예측 때문이다. 1단계 개통이 이뤄진 2007년 예측수요는 하루 16만1391명이었지만 실제 승객은 1만280명에 그쳤다. 이듬해 예측수요는 22만6023명이었지만 실제로는 1만6606명에 불과했다. 예측수요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쪽으로 사업 구조를 짜놨지만 실수요 증가 폭은 미미했다. 예상 수입의 90%까지 보전하는 공항철도 MRG 구조상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었다.

25년간 8조원 지원해야

최근 3600억여원의 부채 여파로 파산한 민자 경전철사업인 의정부경전철도 ‘뻥튀기 수요예측’이 근본 원인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같은 민자사업인 부산·김해경전철, 용인경전철 등도 적자 누적으로 지방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공항철도는 지방자치단체 민자철도 사업과 달리 국비 지원을 받기 때문에 파산할 위험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의 모럴해저드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5년부터 공항철도 운영 기간인 2040년까지 예상되는 국비 투입 규모는 8조원에 이른다. 공항철도 직속 상급부서인 국토부 민자철도팀 관계자는 “MRG가 유지됐다면 2040년까지 15조원을 투입해야 했으나 재구조화를 통해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공항철도는 김한영 전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