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공기업의 입사지원서에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학력과 스펙 등도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블라인드 채용 강화’ 공약 이행차원인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공통 공약이어서 입법화가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최악의 청년실업 와중에 취업용 스펙 준비로 고통받는 젊은 세대를 생각하면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최대한으로 공정한 채용제도를 다각도로 모색해나갈 필요는 있다. 하지만 지원자의 전공도, 학업 충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성적도, 사회 진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이 자질과 능력, 직무에 대한 적성과 열정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직무든 최소한의 자격이나 자질 평가가 꼭 필요하다.

민주당이 추진한다는 ‘채용공정화법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 때도 검토된 바 있다. 민간기업에서는 그 전에도 이런 채용이 실험적으로 시도됐다.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전면적인 시행이 중단됐다. 전공·학력 같은 기본 정보조차 억지로 차단될 경우 채용과정에서 지원자에 대한 평가비용이 과중해질 것이 뻔하다. 지원자의 실력과 자질을 파악하기 위한 또 다른 시험이 필요할 것이다. 비중이 과도해질 면접에서의 시행착오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럴 바엔 아예 추첨으로 뽑자’는 말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공공부문에 한정한다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되면 민간부문까지 부당한 시행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근본 해법은 일자리의 자연스런 확충이고, 그렇게 과열 취업 경쟁을 풀어나가는 게 정도(正道)다. 입법으로 고용시장의 자율 영역에까지 개입하고 감독하겠다는 발상이 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