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민간 혁신기반 다져 바이오혁명 앞당긴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하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시도한 암 치료법은 유전자 분석이었다. 그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 암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내겠다는 획기적 시도를 위해 10만달러를 투자했다. 불과 6년 뒤, 우리는 이제 누구나 1000달러만 내면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하는 맞춤형 의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비가 100분의 1로 줄어든 비결은 바이오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다. 인간게놈지도에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접목되면서 첫 검사에 13년이 소요됐던 유전자 분석이 며칠 만에 가능해졌다. 이런 융합은 앞으로 건강검진하듯 유전자 검사를 받고 유전적 특성과 생활습관에 맞는 약을 처방받는 건강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가 혁신과 융합 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바이오기술이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다. 바이오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바이오기술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경제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자리잡는 바이오경제로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경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각국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마이크로바이옴(인체공생미생물), 정밀의학 등의 대규모 연구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은 ‘유럽연합(EU) 호라이즌(Horizon) 2020(2014~2020)’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오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중국도 2020년까지 바이오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관련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바이오경제 시대에 글로벌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 환경과 바이오 분야 특성을 고려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바이오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부합하는 연구개발(R&D) 혁신이 필요하다. 바이오산업은 R&D 성과가 바로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산업으로, R&D가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이런 과학기술집약적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R&D 중심의 산업육성전략이 마련돼야 하며 첨단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싹틀 수 있는 바이오만의 R&D 혁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바이오경제 창출을 위해 R&D부터 사업화까지 일원화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R&D 전 과정에서 경제 효과가 창출된다.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유전자 교정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수천억원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미국 길리어드사는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면서 올린 이익을 다시 R&D에 투자해 성장률 1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한 바 있다. R&D 전(全)주기 지원을 위해 일원화된 지원체계를 기반으로 창업을 활성화하고 바이오 신서비스업을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바이오경제의 본격적인 구현을 위해 민간 생태계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바이오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결국 민간의 ‘개방형 혁신’이다. 정부는 민간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성장의 디딤돌을 제공하는 조정자 및 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클러스터 중심의 바이오 생태계 확충을 통해 기업·연구소·대학·병원 간 협업과 융합을 활성화해야 하며 기존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혁신의 관점에서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바이오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바이오경제 시대를 선도하는 바이오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체계적 전략을 기반으로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한국발(發) 바이오혁명’을 이뤄나가야 한다.

최양희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