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0일 오전 7시11분

겨우 한 달 남짓이었다. 국내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가 몸값만 1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소셜카지노 게임 개발사 미국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를 인수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짧은 기간에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비결은 최고경영자(CEO)의 ‘뚝심’과 회사 및 자문사, 재무적투자자(FI) 간 긴밀한 협업에 있었다. 더블유게임즈는 지난 18일 DDI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마켓인사이트] 골리앗 삼킨 다윗 더블유게임즈, '1조 M&A' 한달 만에 성공한 비결은
김가람 대표 “출혈 경쟁보다 M&A”

201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더블유게임즈의 김가람 대표(39)는 줄곧 “M&A를 통해 퀀텀점프(대약진)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를 사들이는 게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란 판단에서다.

대표작인 ‘더블유카지노’가 페이스북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5위권 밖에 머물렀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주가는 3만원대(지난 3월)로 공모가(6만5000원)에 비해 반토막난 상태였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원용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인극 최고전략책임자(CSO)를 투톱으로 하는 M&A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김 대표는 ‘연봉 0원’을 선언하고 M&A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CEO의 솔선수범에 다른 임원들도 성과급을 포기하고 기본급만 받았다. 이렇게 십시일반으로 모은 120억원이 예비 인수자금으로 쌓였다.

기회는 3월 초 찾아왔다. 세계 1위 슬롯머신 제조업체 미국 인터내셔널게임테크놀로지(IGT)가 2012년 인수한 DDI를 매물로 내놨다. DDI는 애플 운영체제인 iOS 매출 기준 세계 1위, 페이스북 기준 2위의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 회사다.

매출이 절반도 안 되는 더블유게임즈가 인수하기엔 버거운 상대였다. 지난해 매출은 더블유게임즈가 1556억원, DDI가 3162억원가량이었다. 더블유게임즈는 자체 자금으로 2000억~3000억원 규모 중소형 업체를 사들인다는 당초 계획을 바꿔 골리앗을 삼키기 위한 ‘다윗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정보와 거래 경험이 중요한 해외 거래(딜)인 만큼 곧바로 자문단을 꾸렸다. M&A 자문시장 전통의 강자인 도이치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법률 자문사로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미국 로펌인 모건루이스가 합류했다. 자문사 관계자는 “본입찰인 4월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실사를 포함해 최적의 딜 구조를 짜내야 했던 만큼 그야말로 밤낮없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1조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더블유게임즈 자체 보유 자금은 4000억원가량. 관심이 있는 투자사와 손을 잡아야 했다. 비밀리에 소식을 접한 토종 사모펀드(PEF)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의기투합했다. 스틱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메자닌 투자 방식을 택했다. 삼성증권도 인수금융 지원에 나섰다. 보름 만에 더블유게임즈 3500억원, 스틱 3000억원, 삼성증권 2925억원으로 최종 인수 구조가 짜였다. 베팅 가격은 9425억원이었다.

“소셜카지노 게임업계 세계 1위 하겠다”

인수 경쟁자들은 대부분 슬롯머신을 제조하거나 카지노를 운영하는 글로벌 대형 회사들이었다. 경쟁자들을 꺾으려면 ‘실탄’ 외에 매각자의 구미를 돋울 만한 매력이 필요했다. 더블유게임즈는 온라인 소셜카지노 게임업체란 점을 내세웠다. “더블유게임즈는 오프라인 카지노를 운영할 계획이 없습니다. IGT와 협력할 분야가 많습니다.”

전략은 먹혀들었다. IGT는 DDI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이자 사업 파트너로 더블유게임즈를 택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사업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앞으로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더블유게임즈는 오는 6월까지 잔금을 치르고 거래를 마칠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계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 점유율 10.8%를 차지하는 글로벌 2위 회사로 발돋움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더블유게임즈와 DDI 고객층이 겹치지 않아 M&A에 따른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수평적 결합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 세계 1위 자리도 넘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