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연구 6년 만에 얻어낸 퀀텀닷 컬러…CES서 첫 공개된 날, 먹먹했던 마음 못잊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장은주 마스터(상무·사진)는 ‘퀀텀닷의 최고 전문가’라고 불린다. 이유를 듣고 보면 전혀 과장이 아니다. 2000년 종합기술원에 입사한 그는 이듬해부터 퀀텀닷을 연구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 TV와 관련된 소재연구를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종합기술원에서 퀀텀닷을 연구하는 것은 장 마스터 혼자였지만 지금은 수십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함께하고 있다. QLED TV에서 삼성전자가 갖는 독보적인 경쟁력은 17년에 걸친 장 마스터의 오랜 천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수원 종합기술원에서 11일 기자와 만난 장 마스터는 “2000년을 전후해 학계 전반에서 나노미터(㎚) 크기 입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중에서도 퀀텀닷에 끌려 연구과제로 정했다”며 “다른 나노 소재와 비교해 안정성을 띠면서도 크기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색이 달라지는 등 활용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세계 판매 1위인 삼성전자 TV 전체를 대표하는 QLED TV지만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퀀텀닷으로 TV 화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TV에 퀀텀닷을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연구를 시작하고 6년간 사업화를 목표로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결정됐다.

그는 “2007년 발광다이오드(LED)에 퀀텀닷 입자를 입혀 테스트를 했고 아름다운 색채가 안정적으로 나타났다”며 “회사에 알렸더니 삼성전자 TV사업부가 해당 기술의 상용화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2010년 상용화가 시작되자 장 마스터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안겨졌다. 새로운 TV기술의 상용화 여부는 세계 시장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글로벌 업체들의 승패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수백만대씩 대량 생산해야 하는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예상 밖으로 어려웠다.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기술을 상용화해주기를 원했고, 장 마스터는 연구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그는 “한참 힘들 때는 사업부 건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며 “어쩌다 마트에 가서 TV 판매 코너가 눈에 들어와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삼성전자 경영진이 “카드뮴이 들어가지 않는 퀀텀닷 TV를 만들자”고 결정했을 때다. 카드뮴은 퀀텀닷 기술을 구현하기 가장 쉬운 소재지만 TV가 파손돼 바깥으로 나오면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카드뮴을 활용한 퀀텀닷 TV 개발을 끝내고도 이 문제 때문에 상용화를 백지화했다. 2012년이면 가능했던 퀀텀닷 TV 상용화도 2015년으로 3년 미뤄졌다.

삼성전자의 선택은 옳았다. 중국업체들도 퀀텀닷 TV를 내놨지만 카드뮴을 사용한 탓에 유럽 등 선진시장에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 마스터는 연구팀을 이끌고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결국 카드뮴이 들어가지 않는 퀀텀닷 TV 개발에 성공했을 때는 학계 전문가들조차 믿지 못했다.

장 마스터는 2015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잊지 못한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퀀텀닷 TV가 처음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는 먹먹한 마음에 구석에서 한참 동안 TV를 쳐다봤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장 마스터는 그해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그는 퀀텀닷 TV가 한국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구입해 거실에 놨다. 장 마스터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퀀텀닷 TV와 QLED TV를 개발할 수 있어 기뻤다”며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에 더 좋은 화질의 TV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