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참가자들 "폭스뉴스가 '트럼프 음담패설' 비호" 분통

잇단 성희롱 추문에 휘말린 미국 보도채널 폭스뉴스의 모회사 21세기폭스가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세미나에서 '트럼프의 음담패설'을 교육자료로 활용해 화제다.

7일(현지시간)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21세기폭스는 지난 몇 달 간 산하 방송·영화 부문 자회사들을 순회하며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세미나는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에 이어 폭스뉴스 간판앵커 빌 오라일리의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회사의 위상이 실추되고 광고주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것이다.

특히 세미나에서 눈에 띄는 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NBC 방송 '액세스 할리우드'의 진행자 빌리 부시와 나눈 음담패설 육성녹음이 교육자료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당시 이 음담패설 육성녹음 테이프 유출로 크게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진행자였던 빌리 부시도 NBC에서 해고됐다.

이 유출 테이프에는 "당신이 스타라면 여성들의 그곳을 움켜쥘 수 있다"(Grab them by the pussy)라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음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지난 4일 로스앤젤레스(LA) 20세기폭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세미나에서도 '트럼프의 음담패설'이 큰 화제가 됐다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전했다.

인사 담당 임원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트럼프의 음담패설'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틀어주면서 성희롱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고 한 참가자는 전했다.

이에 세미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는 것. "폭스뉴스는 노골적인 음담패설이 폭로된 이후에도 트럼프를 두둔했다.

이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세미나에서 직장 성희롱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목된 음담패설을 폭스뉴스의 진행자인 션 해니티와 지닌 피로는 '라커룸 토크'라고 호도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게다가 이날 세미나는 오라일리가 15년간 5차례나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돼 폭스뉴스와 함께 지불한 합의금만 1천300만 달러(145억4천만 원)라는 보도가 나온 뒤여서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인사 임원이 세미나 도중 "자회사 중 폭스뉴스만 예외다.

따라서 에일스 전 회장이나 오라일리에 관한 정보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농담을 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 참가자는 전했다.

그는 "인사 임원의 농담을 받아줄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