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壯觀)이었다. 지난 일요일 잠실 하늘을 수놓은 롯데월드타워 개장 기념 불꽃놀이 말이다. 제법 먼 곳에서였지만 빌딩이 높다 보니 시야에 장애물 하나 없이 넋 놓고 구경할 수 있었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도 이제 세계에 내놓을 만한 랜드마크가 생겼다며 박수를 쳤다. TV는 생방송을 했고 신문들은 그 사진을 이튿날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적어도 그날만큼은 온갖 트집을 잡아 123층 빌딩 건설을 훼방 놓고 딴죽 걸던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 빌딩이 들어서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떠들던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다 어디 갔을까.

롯데가 서울시 체비지를 사들인 건 1988년이다. 그로부터 말할 수 없는 고난의 30년이었다.

비업무용 토지 논란부터가 그랬다. 안 팔려 절절매던 땅을 사줬는데 정부는 1년 내 건물을 착공하지 않았으니 비업무용이라며 강제매각 조치를 내렸다. 소위 ‘5·8 부동산 조치’다. 설계에만도 3년 이상 걸린 사업이다. 대법원에서 비업무용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고, 토지매각 조치를 되돌리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롯데는 땅을 팔지 않았다. 555m 높이의 기념비적 건물을 지었을 뿐이다. 그런 땅을 비업무용이라고 발목을 잡았던 공무원들, 재벌이 부동산 투기나 한다며 이죽거리던 언론들, 지금은 어디 가 있는지.

공군과의 갈등에는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애초부터 군용항공기지법상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조종사의 심리를 앞세운 공군은 막무가내였다. 대표적인 기업 규제 사례로 꼽혀 돌파구를 찾기까지 걸린 시간이 13년이다. 빌딩이 완공된 지금, 성남공항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보질 못했다. 결사반대를 외치던 군 관계자들과 시민단체는 어디로 갔는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도장만도 300여개다. 그렇게 애를 먹이더니 부지를 매입한 지 23년 만에 이명박 정부가 허가를 내주자 이번엔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정권 차원의 비리라며 아우성을 쳤다.

허가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잠실 일대에 싱크홀이 생겨도, 석촌호수의 물이 빠져도 모두 롯데 탓이었다. 생각해보라. 1925년 대홍수 이전만 해도 한강의 본류는 지금의 석촌호수를 지났다. 롯데월드 부근은 당시 한강의 섬이었다. 그러던 것을 1970년대 초 한강 본류를 지금처럼 북쪽으로 돌리고 남쪽을 매립했는데 메우고 남은 곳이 석촌호수다. 당시 매립공사가 오죽했겠는가. 낡은 하수도만 터져도 풀썩 주저앉고 마는 땅이 되고 만 것이다. 석촌호수는 수위가 높아 늘 한강물을 끌어대야 한다. 사실이 이런 데도 땅이 꺼지고 호수의 물이 빠지면 시민단체는 공사 현장에 몰려와 시위를 해댔고 언론은 ‘아니면 말고 식’의 뭇매를 가했다.

인허가권자의 태도는 더 가관이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없다는 데도 ‘시민’이라는 단어를 방패 삼아 쇼핑몰의 사용 승인을 미루고 또 미뤘다. 수많은 입점업체와 협력사 직원들만 골탕을 먹어야 했다. 빌딩이 흔들렸다는 일부 주장에 무턱대고 영화관과 수족관 영업을 정지시킨 서울시다.

4조원이 투자된 역사(役事)다. 2만1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외 관광객 500만명을 포함해 연간 50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여 10조원의 경제효과를 노린다는 시설이다. 그런 랜드마크 건설에 소요된 시간이 30년이다. 롯데 건물이라지만 결국은 나라의 자산 아닌가. 롯데가 해외로 들고 나갈 것도 아니고, 롯데가 망한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 빌딩이다.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안타까움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개장식 참석자 면면을 살펴보라. 대선주자는 물론 장관조차 한 사람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무슨 노릇인가.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걸 그래서 기적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기업은 그저 질투와 비난의 대상일 뿐 칭찬을 받을 일이라곤 없다.

칭찬받자고 기업을 하는 건 아닐 테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질 않던가. 척박한 토양에서 인내와 뚝심으로 버티며 화려한 꽃을 피운 노력을 누군가 평가해줘야 할 것 같다. 마침 사드 탓에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롯데다. 롯데월드타워 개장을 축하한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