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법원 '최순실 게이트 몸통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인정…증거인멸도 우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가 소명된다’는 점과 ‘증거인멸’을 주된 사유로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임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를 비롯한 공범들의 진술을 번복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높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그는 20여만쪽에 달하는 수사자료와 영장실질심사 등을 종합한 결과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최장 시간인 8시간41분 동안 이어진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결백과 구속의 부당성을 호소했지만 강 판사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3개 범죄 혐의 중 핵심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내도록 강요한 행위와 삼성 계열사로부터 298억원(약속한 금액을 포함하면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이라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등 증거가 많은 데다 사안이 중대해 구속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남은 수사는 가속도가 붙게 됐고 박 전 대통령 측은 향후 재판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신속히 보강수사를 마무리한 뒤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4월17일 이전에 재판에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치소 수감으로 받은 충격 등을 감안해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호 문제 때문에 검사와 수사관을 구치소로 보내는 ‘출장 조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경호는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들어가는 순간 중단됐지만 수사나 재판을 받으러 나올 때는 재개된다.

1995년 반란수괴·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출석을 거부해 검찰이 직접 구치소·교도소를 찾아 조사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검찰로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