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불평등 해결 위한 불평등은 정당하다
한국 사교육은 1960년대 후반 이후 30년간 고도 압축 성장의 부산물이다.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가 연평균 10%씩 성장했고 그만큼 일자리도 풍부했기 때문에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과 승진이 쉬웠다. 그 결과 대학 진학의 사회적 효용이 컸고 한국적 사교육이라는 특수성이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젠 명문대를 졸업해도 취업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은 아직도 활개치고 있으며 계층 간 사교육비 격차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교육 현상은 그 본질이 변했고 대학 진학의 사회적 효용이 급감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급격히 사그라들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의 30년 사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정책과 관련해서 꼭 당부하고 싶은 두 가지를 제언해 본다. 첫째, 대입 제도에서 꼭 실현해야 하는 한 가지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계층 전형 도입’을 강력히 제안한다. 대학은 소득 십분위에 따라 낮은 계층의 일정 부분(예를 들면 1~3분위)까지는 동일 비율만큼 저소득층 자녀를 우선 선발하고 각종 장학제도와 생활비 지원을 적극 시행해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불평등은 정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단계까지만 개입하고 그 외의 신입생 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건 어떨까.

둘째, 교실 혁신이 필요하다. 학제 개편이나 교육부 축소·폐지 등 거대 담론보다는 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교실 형태부터 바꾸는 것이 더 긴급한 과제다. 모든 학생이 같은 커리큘럼 및 시간표에 따라 교사가 교실로 찾아오는 정형화된 수업으로는 더 이상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이 같은 양의 수업을, 같은 교과과정으로 공부해야 하는가. 창의적 인재가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학생의 자율적 수업권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를 혁신하려면 학제 개편이 필요하지만 초·중·고교가 각기 다른 공간으로 분리된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지금 당장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기본 교과 내용을 대폭 축소하고 학교와 학생의 수업 선택권 및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면 학교는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학생은 교육의 주체가 되며, 교사 역량이 신장되는 등 공교육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교실 혁신을 통해 낡은 패러다임에서 하루빨리 탈출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답이 될 것이다.

손주은 < 메가스터디그룹 회장 son@megastudy.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