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드아이] 치킨의 원가, 아이폰의 원가
[ 김봉구 기자 ] 국민간식 ‘치느님’(치킨+하느님: 치킨을 일컫는 속어)의 몸값이 입길에 오르내렸다. BBQ가 가격인상 방침을 밝힌 게 발단이 됐다. 정부는 엄포를 놓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국세청 세무조사 카드를 꺼냈다. BBQ가 물러서면서 없던 일이 되었다.

정부가 공개한 생닭 한 마리 값은 2500원대. 튀기면 1만6000원으로 뛴다. “여기서 더 올리겠다고?” 원가 논란을 키운 대목이다.

사상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파동으로 악재가 겹친 농림축산식품부는 ‘치느님 가격 사수작전’으로 모처럼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말 잘한 일일까?

사 먹는 쪽은 쌀수록, 파는 쪽은 비쌀수록 좋다. 인지상정이다. 다만 양자의 솔직한 욕구에는 ‘마지노선’이 있다. 소비자는 싸고 맛없는 치킨보다 좀 더 비싸도 맛있는 치킨을 먹고 싶다. 마찬가지로 업체는 소비자에 외면 받지 않는 선에서 높은 값을 받고 싶다. 이러한 양쪽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시장의 기능이다.

정부가 공정위 조사와 세무조사로 압박한 끝에 치킨값을 잡은 것은, 이 기능을 생략했다는 점에서 뒷맛이 찜찜하다. 원가 거론하며 업체를 문제 삼는 건 아주 편한 방법이다. 그러나 물가 안정이라는 결과 못지않게 자정기능이 원활히 작동하게끔 유도하는 과정도 중요하지 않을까.

100% 시장에 맡기자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 역할에는 우선순위가 있다는 뜻이다. 2500원대 생닭이 1만6000원짜리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유통구조의 어느 고리가 잘못 이어져 있는지, 고칠 방법은 없는지 등의 ‘과정’을 살펴보는 게 먼저여야 했다.

원가 논란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아이폰을 보자. 원가와 판매가의 격차가 크다. 하지만 아이폰 가격이 문제라는 비판은 들리지 않는다. 소비자가 기꺼이 ‘호갱’(호구 고객을 뜻하는 속어)이 되도록 만드는 게 브랜드 가치의 요체다. 욕먹을 일이 아니다.

치킨값이 올랐을 때 다른 브랜드를 사 먹을지, 그 가격을 주고서라도 해당 브랜드를 사 먹을지가 핵심이다. 가격 인상은 ‘리스크 감수’와 ‘브랜드 자신감’을 조합한 업체의 판단이며,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안 사 먹으면 그만”이다.

야구로 치면 정부는 담합 등의 불공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마운드에 오르는 구원투수가 맞춤이다. 소비자가 선택하게끔, 시장이 기능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무리하고 빈번한 정부의 조기 등판은 악수(惡手)다. 치킨값 올리려 할 때마다 정부가 나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