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前재판관, 화제가 된 '헤어롤' 집에서부터 깜빡 잊고 나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린 것은 10일 오전 11시21분이었다.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정확히 이 시각 '대통령을 파면한다'며 주문을 읽었다.

그리고 이 시간은 헌재 결정문에 그대로 기록됐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선고가 1시간가량 내지 1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관측은 크게 빗나갔다.

탄핵사유가 많다는 점이 그같은 관측의 주된 근거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는 25분 만에 이뤄졌는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는 13년 전 3개보다 13개로 크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같은 선고시간은 재판관들 사이에서 20∼30분 이내에 선고하자고 미리 의견을 모은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2004년에 선고가 25분 만에 끝난 것을 고려해 이번에도 이와 비슷하게 하자고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가 1시간가량으로 길어지면 결정문 요지를 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선고 요지는 이 시간에 맞게 쓰였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3명의 보충 의견도 간략하게 언급만 됐다.

일부 내용은 이후 배포된 선고 요지문에는 들어있었지만 낭독 때에는 빠졌다.

이 전 대행은 선고 요지를 읽으면서 두 차례 법정에 있던 시계를 응시했다.

낭독 템포를 맞추고,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결정문에 선고시간이 적시된 것 역시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재판관들은 선고가 끝나는 시간을 최종적으로 적기로 했고, 이례적으로 결정문에 선고 시간을 적어넣었다.

이는 선고의 효력 시점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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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당일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화제가 됐던 이 전 대행은 집에서부터 '헤어롤'을 하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집에 나올 때 빼놓았어야 하는데 이를 깜빡한 것이다.

이 전 대행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고, 청사에 들어온 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서는 "큰일 났다, 기자들에게 헤어롤 모습이 찍힌 것 같다"고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헌재는 이 전 대행이 헤어롤을 하고 출근한 뒤 언론사에 이 전 대행이 찍힌 사진 등에 대한 배려를 당부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차에서 헤어롤을 했다면 내릴 때 당연히 뺐을 것"이라며 "선고 당일 평소보다 일찍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집에서 하고 나온 것을 잊으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전 대행은 다른 재판관들과 함께 선고 당일 평소보다 1시간여 이른 오전 7시50분께 청사로 들어왔다.

소장 권한대행을 두 번 맡는 진기록을 세운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13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