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시공사 교체에 나선 경기 과천 주공1단지 수주전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 세 곳이 참여해 높은 일반분양가와 다양한 조합원 혜택을 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철거를 위해 펜스가 둘러쳐진 과천 주공1단지. 김형규 기자
조합이 시공사 교체에 나선 경기 과천 주공1단지 수주전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 세 곳이 참여해 높은 일반분양가와 다양한 조합원 혜택을 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철거를 위해 펜스가 둘러쳐진 과천 주공1단지. 김형규 기자
준강남권으로 분류되는 경기 과천 새 아파트 분양가격(전용면적 84㎡ 기준)이 12억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들이 이처럼 높은 분양가를 앞다퉈 제시했다. 분양가 높이기 경쟁이 기존 집값을 자극하면서 과천 일대 기존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 호가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건설사, 3.3㎡ 3300만원 분양가 제시

과천 84㎡가 12억?…분양가 밀어올리는 재건축 '과열 수주전'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마감한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시공사 입찰에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3개사가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3.3㎡당 최저 평균 분양가를 3300만원으로 제시했다. 대우건설은 3313만원을 내놨다. GS건설 조합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전용 84㎡ 아파트로 계산하면 총분양가는 11억~12억원대다. 조합은 서울 강남의 90% 수준인 3.3㎡당 3500만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같은 분양가는 지난해 5월 분양한 ‘래미안센트럴스위트’(주공7-2단지 재건축)보다 2억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2746만원이었다. 최고가격이 9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전용 59㎡의 3.3㎡당 분양가격은 2970만원이었다.

과천 84㎡가 12억?…분양가 밀어올리는 재건축 '과열 수주전'
또 과천 일대 새 아파트보다도 2억원 정도 높다. 과천 주공1단지 길 건너편에 있는 ‘래미안에코팰리스’는 전용 84㎡ 호가가 9억~11억원 수준이다. 2007년 준공된 아파트다. 중앙동 L공인 관계자는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0억원에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며 “주공1단지가 올해 높은 가격에 분양을 앞두면서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소폭 떨어진 호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하나같이 무리한 분양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존 아파트와 10년 이상 연식 차이가 나고 아파트 평면도 최신 설계로 바뀌는 만큼 가격을 충분히 올려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가 10억원대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새 아파트 가격을 이보다 10%가량 높은 11억~12억원으로 책정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재건축 수주에 사활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3개사는 분양가 외에도 경쟁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미분양 및 분양가 하락에 대해 시공사가 책임을 지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미분양 시 3.3㎡당 3147만원으로 대물변제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건설은 일반분양 중도금 대출 시공사 보증, 사업추진 이행보증금(100억원) 설정 등을 제안했다. GS건설은 미분양 대책비 100억원 부담 또는 품질 향상, 공사비 감액 등의 조건을 내놨다.

또 세 곳 모두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변경 여부, 지질여건 변동 시 공사비 변경 여부에 대해 ‘변동 없음’으로 제안했다. 이전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설계 및 자제 고급화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비를 제시했다가 시공계약을 해지당한 것을 고려한 조건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업계 선두권인 3개사가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은 국내 재건축 수주에 올해 및 내년 매출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건설 공공공사 등 다른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안정적인 도시정비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과천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전매제한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새 아파트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역”이라며 “건설사들이 실수요만으로도 일반분양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주전에 적극 참여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천에서는 올해 분양을 목표로 하는 주공1·2·6·7-1·12단지 외에도 재건축을 준비 중인 단지가 5곳이다. 4단지(1110가구), 5단지(800가구), 10단지(632가구)는 조합 설립 중이고, 8단지(1400가구), 9단지(632가구)는 재건축준비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윤아영/김형규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