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투어 뚫고 미국 PGA서 뿌리 내릴래요"
“올해 한국과 일본 투어를 함께 뛰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습니다. 나중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로 날아가 뿌리를 내려야죠.”

10대 프로골퍼 임성재(19·사진)가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표를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성재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체육대에 입학하는 새내기답지 않게 구체적인 장단기 계획을 촘촘하게 세웠다. ‘프로가 된 직후 일본 투어 시드권까지 확보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일본은 한국보다 많은 한 해 23~24개 대회가 열려 더 많은 상금과 PGA 진출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임성재는 “올해 경기 운영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잔 실수를 줄이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집중력, 넘치는 승부욕

"한국·일본 투어 뚫고 미국 PGA서 뿌리 내릴래요"
임성재는 골프 영재다. 네 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골프연습장에 간 것이 인연이었다. 일곱 살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그는 초등학생 시절 8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준우승과 3등, 톱10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중·고등학생 때도 실력은 여전했다. 그는 9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는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엄청나게 강했다”며 “지는 걸 싫어해 2등을 해도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결승전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을 장점으로 꼽았다. 중요한 순간일수록 집중력도 강해진다고 한다. 임성재는 “1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 18번홀에 들어갔을 때도 떠는 일은 없다”며 “다만 다혈질이라 어이없는 샷을 했을 때 화를 내는 게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미얀마오픈에서 그는 전반 9개홀을 돌며 버디 4개를 뽑아냈다. 당시 선두인 토드 시노트(호주)에게 1타차로 따라붙었다. 임성재는 “전반부를 잘 마친 뒤 10번홀에서 1m짜리 퍼팅을 놓치자 화가 났고 이후로도 잔 실수가 계속 나와 상승세가 꺾였다”고 아쉬워했다. 올해는 화를 누그러뜨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이런 부분이 보완된다면 우승 확률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 투어 풀시드 확보

"한국·일본 투어 뚫고 미국 PGA서 뿌리 내릴래요"
임성재는 지난해 한국과 일본 투어 모두 풀시드를 확보했다. 지난해 7월 던롭스릭슨후쿠시마오픈에서 단독 6위에 오른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프로골프투어(KPGA) 투어 대구경북오픈에 참가해 공동 16위를 기록한 뒤 곧바로 일본으로 날아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투어 마이나비ABC챔피언십 먼데이 예선을 통과해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이 대회에서 공동 4위에 올랐고, 그 다음주에 열린 헤이와PGM챔피언십에 참가해 단독 11위에 오르며 풀시드를 확정지었다. 임성재는 “당초 목표로 한 한국과 일본 투어 풀시드를 모두 확보해 만족한다”며 “올해는 프로데뷔 후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PGA 투어에 진출해 우승하고 오랜 기간 활동하는 게 목표”라며 “어린 시절부터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말을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끝까지 도전해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원포인트 레슨 "똑바로 멀리 치는 비결은 타이밍…하나, 둘, 셋 '마법의 주문' 거세요"

임성재의 최대 강점은 드라이버 샷이다. 공이 빨랫줄에 걸린 듯 똑바로 멀리 날아간다. 작년에 그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평균 비거리 287야드로 12위에 올랐다. 그는 “샷을 할 때 가장 중시하는 건 타이밍”이라며 “빈 스윙을 할 때 숫자를 마음속으로 주문 외듯 연습한 뒤 샷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평소 꾸준한 연습을 통해 ‘하나, 둘, 셋’과 같은 자신만의 리듬을 잡는 것이다. 그는 “리듬을 몸에 익히면 언제나 일관성 있는 샷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성재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뒤땅 고민에 대한 해결책도 내놨다. 그는 “스윙할 때 체중 이동을 하면 뒤땅을 칠 확률이 낮아진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다운스윙할 때 오른쪽에 체중이 많이 실려 있으면 클럽을 내려찍어서 치게 되고, 이것이 뒤땅 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임성재는 “다운스윙을 할 때 체중을 왼쪽 발로 이동시켜야 한다”며 “체중을 왼쪽으로 옮기면서 몸이 팔을 왼쪽으로 끌어당긴다는 느낌으로 치면 뒤땅을 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팩트 순간 왼발과 오른발의 체중 분배는 7 대 3 정도로 해주라고 조언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