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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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재 기자 ] "경차를 한 대 사려고 알아보니 값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언제 이렇게 올랐는지 놀랐습니다. 소형차에 맞먹는 가격이라면 경차라 부를 수 있을까요."

한 직장인은 이달 초 출퇴근용으로 이용할 경차를 알아보다가 이같이 하소연했다. 경제적인 경차지만 값이 비싸 구입이 꺼려진다는 얘기였다.

경차란 가벼운 차, 즉 경승용차를 말한다. 2008년 상향된 기준에 따라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0m 이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기아자동차 올 뉴 모닝과 레이, 한국GM 스파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값이 경차라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각종 정책적 혜택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기아차 올 뉴 모닝과 레이의 가격은 각각 1075만~1420만원, 1281만~1534만원이다. 한국GM 스파크는 999만~1562만원에 살 수 있다. 소형차인 현대자동차 엑센트 4도어 모델(1135만원)과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저런 옵션을 더하면 소형차 가격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처럼 비싼 가격에 경차 시장은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는 17만2986대가 팔렸다. 이는 전체 내수 판매량(182만5000대) 가운데 약 9.4%로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경차의 누적 등록 대수는 182만8479대로 그 비중이 10%대에 머물러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 값이 오르면서 가벼울 경(輕)이 아닌 공경할 경(敬)자를 사용해야 할 정도"라며 "비싼 가격에 각종 정책적 혜택이 묻히고 있다"고 말했다. 경차인 만큼 옵션(편의사양) 등 군살 빼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차 소유자에게 제공되는 취등록세 면제와 공영주차장 요금 및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은 경차 강국인 일본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경차 모델 확대를 위해 완성체 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차와 소형차는 마진이 작은 차종으로 일부 모델은 빠른 단종 결정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제조사 입장에서 경차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생산을 하청 업체에게 맡기고 있다"며 "모델 확대와 경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완성체 업체에 대한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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