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심판·합리적 해결' 강조…평소 고사성어 인용 즐겨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대공지정'이라는 고사성어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서 박 헌재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짤막하게 이번 심판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박 소장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대공지정(大公至正)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 심리할 것"이라며 "청구인과 피청구인측 모두 이 점에 유의해 증거조사 등 실체 파악을 위한 심판 절차에 계속하여 협력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대공지정은 '아주 공평하고 지극히 바르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의 역대 왕조 가운데 최고의 전성기를 이뤘던 '강건성세'(강희제·건륭제 시대)의 한 축인 건륭제가 한 말로 전해진다.

건륭제는 국가 운영에서 지나치게 조이거나 늦추지 않고, 나태하지도 조급하지도 않아야 대공지정, 즉 지극히 공평하고 바르게 될 것이며 이것이 나라를 흥하고 융성하게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울러 건륭제는 '대공지정'해 협화만방'(協和萬邦·온 세상을 평화롭게 함)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조금 더 유추한다면 공정하고 엄격한 심판을 통해 내놓는 결과가 현재의 혼란스런 정국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는 심정이 읽힌다.

결국 "이 사건이 우리 헌법질서에서 갖는 엄중한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 "통치구조에 심각한 공동을 초래하는 위기상황임도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발언에서 나타나듯 국가 중대사인 이 사건을 공정하게 이끌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소장은 평소에도 자기 생각을 풀어낼 때 사자성어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4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5부 요인 간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박 헌재소장은 '간장막야(干將莫耶)'라는 사자성어로 덕담했다.

이는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에서 임금 합려의 청탁을 받은 장인인 간장과 그의 아내 막야가 만든 두 자루의 훌륭한 칼을 이르는 말이다.

당시 박 소장은 "모든 큰일이 실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성이 있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풀어냈다.

박 소장은 1996년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파견 근무를 할 때 사서삼경을 정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시기에 주역 공부를 시작해 1년 8개월가량 따로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과거 검찰 재직 때에도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각급 지검장 등을 거치면서 기자간담회 등의 기회에 종종 고사성어나 주역의 구절을 인용해 '이슈'가 되는 상황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심경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황재하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