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가 국군통수권 행사…"적만 바라보고 대비태세 만전"
주요지휘관회의·한미 군수뇌부 회동 등 후속조치…"北 특이동향 없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우리 군 당국은 혼란기를 틈탄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대북 경계·감시태세 강화에 돌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만 바라보면서 흔들림 없이 군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탄핵가결 이후 군이 해야 할 대북 감시 등 후속조치를 긴급 점검하면서 야전군 지휘관 정위치 명령 등 긴장감을 갖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에 탄핵소추의결서가 전달되는 즉시 국군통수권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에게 넘어가게 된다.

군통수권은 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다른 권한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절차 없이 곧바로 황 총리에게 넘어가 공백은 없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북한군 동향을 비롯한 모든 국방·안보 관련 보고도 황 총리에게 이뤄진다.

군 관계자는 "지금은 사안의 특성에 따라 대북 정보사항 등은 총리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탄핵안 가결로 모든 보고가 권한대행인 총리에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집무실에서 TV로 탄핵 표결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이날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기무사령관 등 주요 지휘관을 대상으로 긴급 화상 지휘관 회의를 소집, 대북 경계태세에 더욱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또 조만간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고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흔들림 없는 추진 등 양국 간 군사 현안에 대한 입장도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군은 곧바로 국방부 장관 주재의 지휘관회의와 한미 군 수뇌부 회동 등을 통해 군사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대북 경계·감시태세 강화 등의 조치를 했다.

군 당국은 아직은 북한군 동향에 이렇다 할 특이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달부터 시작된 북한군의 동계훈련 동향과 관련, "주특기훈련과 사격훈련 등 늘 해왔던 훈련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연례적인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 동향에 특이사항이 포착되지 않는 한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이나 대북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이 상향 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군에 특이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연합사는 합참과 협의해 즉각 워치콘을 격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당분간 주한미군 U-2 고공정찰기를 비롯한 주일미군기지에 배치된 지상감시 정찰기 '조인트스타즈'(J-STARS),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의 연합감시 자산의 출격 횟수를 상향 조정하고, 대북 정보 판단 및 분석 요원도 증강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 가결로 매년 4월 이뤄지는 대장급 장성 인사는 미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년 4월이면 합참의장과 육군·공군참모총장은 1년 6개월 이상 재임한 터라 교체 가능성이 큰데, 권한대행인 총리가 4성 장군 인사를 하기는 쉽지 않아 탄핵 정국이 해소될 때까지는 인사가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4년에도 4월 장성급 인사가 미뤄졌고,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으로 노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 이후인 5월 말에 인사가 단행된 적이 있다.

내년 3월 열리는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신임 장교 임관식에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참석해 임석상관 자격으로 사열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에도 고 건 총리가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임관식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참석한 바 있다.

한편 군 지휘관의 방에 걸려있는 박 대통령 사진은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기 전까지는 내리지 않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