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29일 오후 11시32분

국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일본 골프장 체인 1위 업체 아코디아골프를 일본 증시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인수한다. 인수 규모는 1조5600억원(1500억엔)에 달한다.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한국 기업의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이다. ▶본지 7월21일자 A1면 참조

MBK, 일본 골프장 1위 아코디아 인수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도쿄 증시에서 주당 1210엔(1만2500원)에 아코디아골프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날 아코디아골프의 종가(주당 1035엔)에 약 17%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다. 6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떠안는 것을 감안하면 총 인수가는 약 1조5600억원으로 알려졌다.

아코디아골프는 골프장 43개를 소유하고 93개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일본 최대 골프기업이다.

공개매수 기간은 30일부터 내년 1월18일까지다. MBK파트너스는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 주식의 66.7%에 해당하는 4700만3100주를 매입 하한선으로 정했다. 이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를 취소할 방침이다. 아코디아골프 지분 대부분은 최대주주 헤이와카지노와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아코디아골프 지분을 확보한 뒤 증시에서 상장폐지시킬 계획이다. 공개매수 형태의 인수합병은 MBK파트너스가 2009년 일본 테마파크 유니버셜스튜디오를 인수할 때도 사용했던 방식이다. 당시 2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유니버셜스튜디오 지분을 전량 인수한 뒤 상장폐지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미국 NBC유니버셜에 이를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차익을 얻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중순부터 아코디아골프 인수를 물밑에서 추진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으로 골프관광을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한·중·일 연계 골프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 7월 한 차례 공개매수를 검토했지만 아코디아골프 주가가 급등하면서 잠정 연기했다.

아코디아골프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세운 기업이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골프장들이 경영난으로 대거 도산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골프장을 잇따라 사들였다. 이들 골프장을 모아 2006년 아코디아골프를 설립했다. 3월 결산법인인 이 회사는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매출 5200억원, 당기순이익 580억원을 올렸다.

김태호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