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당초 연말로 예정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 심사와 발표 일정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당과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 치러진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대전'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내정', '특혜'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특히 검찰 수사의 초점이 대기업들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에 대가성이 있느냐에 맞춰지고 있는 만큼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면세점 입찰 비리로 옮겨붙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 1년간 신규 특허를 따내고 작년 말~올해 상반기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이 여전히 수 백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어 "추가 신규 면세점 선정을 서두를 이유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 작년 5개 선정, 6개월만에 "4개 더"
16일 정치권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면세점 사업자 선정 의혹 규몇 차원에서 관세청(면세점 특허 부여 주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7월, 11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다섯 곳(용산 HDC신라·여의도 한화·동대문 두산·중구 신세계·인사동 SM)을 추가로 선정하는 과정과 올해 연말 다시 4개 면세점 특허권을 더 뿌리는데 비리가 없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현재 이 사안이 감사원 감사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유권 해석부터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경쟁 당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가 결과 발표에 앞서 급등해 논란이 일었고, 같은 해 연말 관세청과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일부 관세청 공무원들이 발표에 앞서 외부에 통화를 하거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식을 산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 무더기로 신규 면세점을 추가하고도 불과 6개월여만인 올해 6월 다시 관세청이 연말까지 서울 시내 4개 면세점을 더 뽑겠다고 공고한 점도 석연치 않다는 게 야권 일각의 시각이다.

지난 10월 10일 기획재정위원회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7~8월이면 전년도 관광객 숫자가 나오는데 그 전에 (관세청이 6월) 신규면세점을 모집했다"며 "관세청이 신규 면세점 설치요건인 관광객 증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홍욱 관세청장은 이에 대해 "이번 공고는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하고 일자리 창출 및 투자 촉진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이 정부의 여러 굵직한 이권 사업, 정책 사업에 간여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관련 의혹도 다시 불이 붙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단 주무부처 관세청은 일정대로 연말 면세점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변길 관세청 대변인은 "(정치권의 지적이) 아직 의혹 제기 수준이고, 감사원 감사 청구도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이뤄진 상태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다음 달 중순께까지 진행하는 면세점 입찰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 신규 면세점 적자행진…용산 신라만 흑자 임박
지난해 새로 특허권을 얻어 개장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들이 수 백억 원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업계에서는 추가 신규 면세점 선정의 당위성을 떨어뜨리는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신규면세점 사업자들이 공시한 3분기(2016년 1~9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문을 연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의 경우 개장 후 9월 말까지 4개월 10일여 동안 1천21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372억 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내 영업이익률이 -30%에 머물렀다.

3분기만 따로 보면 신세계면세점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993억 원, 1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28일 영업에 들어간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은 올해 들어 9월까지 1천934억 원의 매출에 305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영업이익률이 -16%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신세계 등 신규면세점의 추가 개장으로 경쟁이 더 심해지자 한화갤러리아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7%(매출 780억 원, 영업손실 131억 원)로 더 떨어졌다.

올해 2월 15일 서울 인사동에서 개점한 SM면세점(하나투어)의 수익성도 신세계면세점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711억 원, 20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9%를 기록했다.

동대문 두타면세점(두산)은 아예 3분기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공개한 면세점 매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두타면세점의 매출은 104억 원, 영업손실은 160억 원으로 알려졌다.

신규면세점 경쟁 과열 등을 고려할 때 3분기에 적자 폭이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신규면세점들 가운데 '자리를 잡아간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용산 HDC면세점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영업을 시작한 HDC면세점은 올해 1~9월 2천287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167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영업이익률이 -7% 수준인데, 3분기(매출 1천56억 원, 영업손실 51억 원)에도 적자를 냈지만 영업이익률이 -5%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월 단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새로 시장에 진입한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다음 달 초 4개(대기업 3개+중소·중견 1개) 서울 면세점 특허권 추가 입찰까지 임박하자 "수익성이 더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중국 여행사들에 지나치게 많은 '송객 수수료'를 주면서 업계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크게 악화해 '수수료 하한선' 제안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지난해 신규 면세점 특허의 공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부가 연말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강행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