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는 편견과 허세 속에 산다", WP "대통령감으로 낙제생"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사설을 통해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NYT는 전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데 이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를 "편견과 허세, 거짓 약속 속에 사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15개월 전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으로 몰았을 때부터 "트럼프의 시각이 사려 깊은 정치적 사고가 아니라 위험한 충동과 냉소적인 영합의 사고라는 것이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거짓 주장과 개인적 모욕, 외국인 혐오적인 민족주의, 성차별로 점철된 선거운동에도 트럼프는 수많은 미국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며, 첫 TV토론을 앞둔 지금이 트럼프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봐야 할 시점이라고 NYT는 강조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유권자들에 심어주는 이미지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트럼프가 '경영의 귀재'인 것처럼 호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파산경험이나 불법 소지가 있는 사업 운영 경험이 있고, 납세기록 공개를 거부하는 데다 해외 투자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직설가'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발언에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고,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일이 잦다는 것을 지적했다.

가령 트럼프는 자신이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할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낙태에 대해 8시간 안에 3가지 다른 입장을 표명하는 등 20개 주요 이슈에서 117번이나 입장을 바꿨다.

NYT는 "트럼프의 성격에 매료됐던 유권자들은 잠시 멈춰 그가 보여준 자질에 주목해야 한다"며 트럼프의 허세와 자신에 반하는 이들에 대한 잔인한 조롱, 여성 비하 발언, 거짓말, 국가와 종교에 대한 조악한 일반화 등을 그의 자질로 열거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 세대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며 "이것이 정녕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사설을 끝맺었다.

WP도 대선후보 TV토론을 하루 앞둔 25일자 사설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WP는 1억 명이 지켜볼 것으로 보이는 TV토론이 대선의 중요한 승부처이긴 하지만 단시간의 토론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트럼프의 부정적인 자질이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WP는 "트럼프는 백악관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점을 그동안 스스로 충분히 드러냈다"며 "90분간의 토론에서 그런 결론을 뒤집거나 수정하는 것은 그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선동적이거나 뻔뻔한 거짓말을 하지 않고 냉정한 이성으로 토론에 임한다고 해도 대선 출마 선언 후 1년간 보여준 부적격 자질들을 희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단 하룻밤의 행사에서가 아니라 그동안 대중들 앞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준 모습이 대통령 자질을 판단하는 재료라고 설명하면서 "너그러운 기준을 적용한다 해도 트럼프는 이미 낙제점을 받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김남권 기자 mihye@yna.co.kr,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