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두고 네타냐후 총리 회담, 유대계 표심잡기
기싸움 팽팽 "20초 아닌 90분 토론" vs "토론의 베이브 루스"


미국 대선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대선후보 TV토론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일정을 최소화하고 막바지 토론 준비에 담금질했다.

두 후보는 공식 유세 없이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뉴욕에서 회담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 앞다퉈 회담, 유대계 표심잡기 = 클린턴과 트럼프는 애초 일요일인 이날 토론 준비 외 일정은 전혀 잡지 않았다가, 지난 23일 앞다퉈 네타냐후 총리 회담 일정을 추가했다.

두 후보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내년 1월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충돌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지난 21일 두 사람의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 합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민감한 이슈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시차를 두고 각각 회담하는 클린턴과 트럼프는 양국간 굳건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함으로써 유대계 표심을 잡는 동시에 글로벌 리더 이미지 부각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 회담 일정은 클린턴 측이 먼저 확정했고, 이 사실을 알고 트럼프 측도 성사시켰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막판 담금질, 기싸움 치열 = 클린턴은 지난 22일부터 아예 모든 유세를 중단하고 TV토론에만 몰입해왔다.

그는 이날도 뉴욕 대선캠프에 머물렀으며, 대선토론 베테랑인 론 클레인,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 재니퍼 팔미에리 공보국장, 캐런 던·로버트 바넷 변호사 등 대선토론팀과 함께 꼼꼼히 토론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인사들이 함구한 가운데 미 언론은 클린턴이 주말인 24~25일 적어도 한 차례는 '모의 토론'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리허설에서 '가상의 트럼프' 역할은 클린턴의 최측근인 필립 레인스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가상의 트럼프'를 놓고 A급 배우, 코미디언, 상원의원이라는 추측과 한때 '트럼프의 대항마'로 거론됐던 억만장자 마크 큐반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레인스는 국무장관이던 클린턴의 선임보좌관, 대변인 등을 거친 오랜 측근으로, 클린턴을 향해 스스럼없이 마치 트럼프처럼 거칠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사라고 CBS뉴스는 소개했다.

트럼프는 이날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타워에서 대선 토론팀과 회의를 하며 결전의 날을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총책인 스티븐 배넌과 선대본부장인 켈리엔 콘웨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제이슨 밀러 대변인,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NI) 국장, 사위인 재러드 쿠시너 등이 토론팀 멤버다.

그러나 트럼프가 클린턴 대역을 동원한 리허설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전날 버지니아 주 유세까지 한 주간 예정된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토론 준비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캠프는 전했다.

다만 클린턴과 트럼프 캠프는 후보의 토론 준비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하지만 1라운드 토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신경전은 활시위만큼이나 팽팽해졌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케인은 CBS방송 인터뷰에서 TV토론은 '20초짜리 말장난이 아니라 90분짜리 토론'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과연 어느 후보의 말이 깊이 있고, 본질적이고, 순수하고, 진실한지 유권자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트럼프를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에 빗대며 추켜세웠다.

그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토론의 베이브 루스"라며 "두각을 나타내고 (힐러리를) 흔들면서 최고의 토론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