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수 해임건의안에 정치권 비판하고 내각 힘실어
'달리기' 노래가사 인용하며 "힘들어도 관둘 수 없어"
"김영란법으로 내수 위축 않아야…골프치고 관광·소비도"
만찬 후 각 테이블 다니며 부처별 정책 경청…"단합 중요"


"요즘 제가 즐겨듣는 노래 중 하나가 '달리기'인데요, 입술도 바짝바짝 마르고 힘들지만 이미 시작했는데 중간에 관둔다고 할 수 없고 끝까지 하자는 그런 내용이에요."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새벽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통과 후 첫 공개석상에서 이번 논란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 자리에서다.

당초 이 행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로 고위 공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핵과 경제 위기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주목받았으나, 직전에 야권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하면서 김 장관의 거취와 이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 여부로 관심의 초점이 옮겨진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달리기'와 '버터플라이' 등 2곡의 노래를 즐겨듣는다고 말문을 연 뒤 특히 '달리기'의 가사 중 힘들어도 멈춰설 수 없다는 내용을 인용해 자신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박 대통령이 노래 가사를 공개 발언에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얼마 전부터 정기국회도 시작됐다"며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새벽 국회 본회의를 가리켜 "좀 이상하게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하고 민생의 문제보다는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실정",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는 등의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사실상 해임건의 거부 의사를 밝힌 박 대통령은 김 장관을 포함한 장·차관들에게 "다시 한 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모두 함께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국민을 위해 뛰어주셨으면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은 4대 구조개혁 완수를 남은 임기 과제로 제시하고 "공직의 길은 국가와 국민을 빼면 의미가 없다"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는 명예로움이야말로 힘든 속에서도 공직자들을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최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적절한 언행은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직사회에 대한 인식까지 부정적으로 만들었다"며 공직자들의 일탈 사례를 도마 위에 올렸다.

이는 '스폰서 검사' 등의 비리 사건과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 파문 외에 대학 동문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흙수저 발언'을 올려 여론의 비판을 초래한 김 장관에게도 주의를 주는 의미가 다분히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예정대로 워크숍에 참석한 김 장관은 담담한 표정으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인사를 주고받거나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는 등 크게 동요되는 모습은 아니었으나, 다른 장·차관들과 활발히 대화를 나누지는 않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차분히 메모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쌀값 하락 등의 농정 현안과 관련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으나, 정치권 논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비공개 토론과 만찬에서는 박 대통령 역시 김 장관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정책 현안 점검에 집중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내수활성화 방안 강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께서 내수활성화를 위해 골프를 치라고 했다"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스토리를 개발하라면서 대통령이 휴가 때 방문한 울산 싶리대숲 이야기를 하셨다"고 했다.

골프와 관광 외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 축제를 여러차례 거론하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 내수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내수진작을 강조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식사 후 각 테이블을 전부 돌면서 부처별 핵심 정책들을 하나하나 경청하고 점검했다.

이 때문에 당초 오후 8시 전에 끝날 예정이었던 만찬이 1시간 이상 늦어져 9시께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테이블을 돌면서 북핵과 경제 위기 속에서 내각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테이블마다 김영란법이 내수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잘 시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워크숍과 만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활발했지만, 일각에서는 "국회 상황이 엄중한 탓에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았다"는 전언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이한승 배영경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