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윤활유…최태원의 '차이나 드라이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경영 복귀 직후 중국 현지의 SK 공장을 방문해 사업 현황을 점검한 지 1년여 만인 8일 다시 중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석유화학 부문 파트너인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의 왕위푸 회장을 만났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사의 협력 범위를 석유화학에서 정유, 윤활유, 윤활기유 부문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SK는 국내 1위 정유사다. 특히 고급 윤활유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의 4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강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SK와 시노펙의 합작 범위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이 주목받는 건 SK와 시노펙이 돈독한 사이어서다. 최 회장은 2012년 11월 시노펙 최고경영진과 만나 6년을 끌어온 에틸렌 합작공장 설립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후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은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연간 25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춘 중한석화를 설립했다. 2014년 준공된 이 공장은 가동 첫해인 2014년 1477억원의 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40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글로벌 파트너링(제휴)’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됐다.

최 회장이 지난해 8월 경영 복귀 직후 처음 찾은 곳도 중국 우시의 SK하이닉스 공장과 중한석화 공장이었다. 최 회장은 이번 시노펙과의 회동에서도 중한석화의 성공 사례를 거론하며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시노펙도 SK의 정유·석유화학 공장 운영 노하우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에는 김준 SK에너지 사장,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이기화 SK루브리컨츠 사장 등이 배석했다.

SK는 2006년부터 ‘중국 현지 기업처럼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펴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기술력 있는 중국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공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이기 때문에 SK가 중국에 새로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낮지만 기존 중국 기업의 공장에 지분투자하거나 윤활유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노펙은 SK의 지분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국 석유화학 기업 상하이세코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상하이세코는 영국 BP가 최대주주(50%)이며 나머지 지분은 시노펙(30%)과 상하이석화공사(20%)가 나눠 갖고 있다. SK는 이 중 BP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시노펙과의 합작 사업은 아직 어떻게 발전시킬지 구체화하지 않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코 지분 인수설도 과거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확정된 건 없으며 이번 시노펙과의 미팅에서도 의제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9월 대만 최대 기업인 포모사그룹의 왕원위안 회장과 만나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같은 달 스페인에서 현지 최대 정유사인 렙솔의 안토니오 브루파우 회장과 회동했다. SK는 렙솔과 스페인에서 윤활기유 합작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데 이어 5월 이란 국영 석유회사 NIOC 최고경영진과 만났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