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가 한국을 덮쳤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잇달아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미국 대선주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재검토까지 예고했다. 전방위 공세에 한국 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지만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경제공약을 발표하면서 한국과의 통상관계를 다섯 번이나 언급했다. 그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미 FTA” “미국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 깨진 약속” 등 부정적인 단어를 쏟아냈다. 집권하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한 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포함한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고 60.93%에 이르는 상계·반덤핑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인도 재무부는 8일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산 열연강판에 6개월 동안 반덤핑관세를 물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의 한 회원사 관계자는 “트럼프가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올리는 일본은 언급조차 않고 유독 한국만 지속적으로 때리는 게 부실한 경제외교의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한국의 빈약한 경제외교 능력에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