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이대원 '농원'
‘색채 화가’ 이대원 화백(1921~2005)은 일찍이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집안의 반대로 경성제국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해 1967년 홍익대 교수로 부임했고, 이곳에서 미술대학 초대학장과 총장을 지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도 지냈다.

평생 ‘색채의 미학’에 몰두했던 그는 삶의 환희가 꽃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농원 풍경을 주로 그렸다. 1992년에 제작한 이 그림은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 나무와 야생화를 색색의 붓질로 가득 채운 ‘농원’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탐스러운 열매와 붉은 꽃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화면 가득 점을 찍어나가는 특유의 점묘법으로 ‘꽃비’를 형상화했다. 마치 체코의 경쾌한 민속춤 폴카처럼 리듬을 타고 아름다운 원색의 점과 색이 화폭을 적셔 들어간다. 1년 농사를 마치고 풍작에 감사하면서 마을 전체가 잔치를 벌이는 것 같은 그런 흥취가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