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전기 대비 0.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정부의 각종 내수 부양책이 약발을 다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뒷걸음질쳤다. 수출도 꺾였다. 성장의 3대 축(수출·소비·투자)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국민이 해외에서 번 돈을 합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기보다 3.4% 늘었지만 체감 경기와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72조372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5% 늘었다.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0.4%)보다는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한은은 정부 지출과 건설업 투자를 최종 집계한 결과 속보치 때보다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1분기 성장률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내수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2분기 (0.4%) 이후 최저치다.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1.2%) 반짝 반등했다가 4분기(0.7%)와 올해 1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하락했다.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세월호 사고로 소비가 위축됐던 2014년 2분기(-0.3%) 이후 가장 낮았다. 작년 4분기엔 1.4% 늘어나며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블랙프라이데이 지정 등 각종 소비촉진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설비 투자도 전기보다 7.4% 줄어 2012년 2분기(-8.5%) 이후 가장 부진했다. 제조업 부진 탓에 수출 또한 1.1% 줄었다.

국민이 해외에서 번 소득을 반영한 실질 GNI는 393조3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3.4% 늘어났다. 작년 1분기(4.0%) 이후 최고치다. 유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유리해지고 국내 기업 등이 해외에서 번 소득 또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국민 위주인 GNI는 영토 기준인 GDP보다 개인의 실질구매력을 더 잘 나타내준다는 평가다.

하지만 체감 경기와는 거리가 멀다.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종소비지출은 오히려 0.1% 감소했다. 대신 1분기 총저축률은 36.2%로 전기보다 1.8%포인트 올랐다. 가계가 돈을 벌어도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내총투자율 또한 1.3%포인트 하락한 27.4%에 그쳤다.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총투자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국민이 미래 생산을 위한 투자를 그만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