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지킨 중견 해운사들 잘나가네
중견 컨테이너선사인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가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부담으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과 달리 안정적인 경영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려해운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3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1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장금상선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보다 11.7% 늘었다. 영업이익은 4.3% 증가한 537억원을 냈다. 흥아해운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4%, 33.3% 증가한 8451억원, 212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는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 100여개 노선에서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이 호황이던 2006~2008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공격적 영업을 펼쳤지만 중견 해운사들은 고가의 용선 계약을 맺거나 무리한 발주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견 해운사들은 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뒤 배를 빌리거나 구입했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당시 해운운임이 계속 뛸 것으로 예상하고 화물이 없는데도 선박 확보 경쟁에 나섰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당시 해운업이 물류업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투자업으로 변질시킨 기업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너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위임해온 두 국적선사와는 달리 중견 해운사들은 모두 전문성 있는 오너가 책임지고 경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려해운은 경영을 맡고 있는 박정석 회장과 신용화 사장이 모두 대주주다. 장금상선은 정태순 회장이 창립한 뒤 직접 경영을 맡고 있다. 이윤재 흥아해운 회장도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최대주주(페어몬트파트너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사실상 대주주에 버금가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중견 해운사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견 해운사들은 모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반대 의견을 내놨다. 고려해운 관계자는 “해운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이라 만약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을 인수한다면 더 큰 재무적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흥아해운 관계자 역시 “중견 해운사 모두 잘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기본적인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도 “중견 해운사가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규모가 워낙 차이 나 대형 국적 선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