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만 경영 척결에 나서면서 줄었던 공공기관장의 업무추진비가 지난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에 빠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산업은행의 회장 업무추진비는 전년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공공기관에 지정된 곳을 제외한 335개 공공기관 수장의 업무추진비 집행금액은 56억6082만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판공비로 불리는 업무추진비는 기관장이 공무를 처리하는 데 쓰는 경비로 연봉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상당수 기관은 구체적인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쌈짓돈’처럼 쓰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출 항목이다.

정부는 2014년 공공기관 전체 업무추진비를 전년보다 10% 줄이고 이 수준을 유지하도록 했다. 500조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해서였다. 2014년 기관장 전체 업무추진비는 54억5178만원으로 전년(62억9705만원)보다 13.4%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실 운영으로 논란이 되거나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는데도 기관장의 업무추진비가 급증한 곳도 있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문제의 당사자 격인 산업은행은 회장의 지난해 업무추진비가 5829만원으로 전년(2519만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반면 똑같이 자본확충이 절실한 수출입은행장의 업무추진비는 같은 기간 3001만원에서 2967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4년에 금융업계 전체가 일시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줄였다가 지난해 은행 규모에 맞게 다시 늘리면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E등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업무추진비도 같은 기간 2956만원에서 3695만원으로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관 사정에 따라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관의 전체 업무추진비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관장의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은 곳은 국방과학연구소(5991만원)였다. 다음은 산업은행(5829만원), 공무원연금공단(5204만원), 국민연금공단(4960만원), 한국환경공단(4861만원)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업무추진비 3000만원이 넘는 기관 중 증가 폭이 큰 곳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2986만원→4398만원), 한국농어촌공사(1227만원→3120만원) 등이었다.

기관장 연봉으로 보면 KAIST 원장이 4억108만원으로 유일하게 4억원을 넘기며 1위였다. 다음은 기업은행장(3억7250만원), 산업은행 회장(3억6550만원) 순이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