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 미스터리 '곡성'…배꼽잡는 '엽기녀2'
미국과 중국 등 외국 자본이 투자한 영화 두 편이 오는 12일 나란히 개봉해 흥행 대결을 벌인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조근식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2’다. ‘곡성’은 산골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 뒤 연이어 괴이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물이다. 할리우드 제작사 20세기폭스가 제작비 100억원을 투자해 한국 등 세계에 배급한다. 488만명을 모은 전작 이후 15년 만에 나온 속편 ‘엽기적인 그녀2’는 전작 주인공 전지현이 돌연 출가한 뒤 차태현(견우 역)이 첫사랑인 중국인 빅토리아(걸그룹 f(x) 멤버)와 만나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제작비 70억원 중 중국 자본이 30%를 투자한 이 작품은 최근 중국에서 개봉해 첫 주말 흥행 4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곡성’에서 처음 주연으로 발탁된 곽도원과 ‘엽기적인 그녀2’에서 전작에 이어 주연을 맡은 차태현을 각각 만났다.

◆‘개성 조연’ 곽도원, 첫 주연

‘곡성’에서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
‘곡성’에서 첫 주연을 맡은 곽도원.
“나약하고 무능력한 시골 경찰이 집안에 큰일이 일어나자 가장과 아버지의 책임감으로 점점 진지해져가는 상황을 그렸어요. 큰일이 닥쳤을 때 나이만 먹었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제가 맡은 종구라는 경찰이죠.”

마을에서는 괴이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종구의 딸은 악령이 들린 듯한 증세를 보인다. 살인사건 범인도 인간인지, 악마인지 미궁으로 빠져든다. 종구 집에서는 무당(황정민 분)을 불러 악귀를 쫓는 굿판을 벌인다. 곽도원은 “믿음이란 게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를 살펴보는 게 주제”라며 “악한 마음은 꿈과 희망, 미래가 없다고 생각할 때 생겨난다”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무려 150회차를 촬영했다. 다른 영화보다 두 배 많다. 곽도원은 장면마다 감정의 수위를 바꿔가며 재촬영을 했다. 배우의 감정 수위가 처음 생각했을 때와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6개월간 150일을 촬영했어요. 이동시간을 빼면 하루도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한 거죠. 재촬영하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나 감독은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하죠. 저는 전라도 사투리를 익히려고 촬영 전 곡성에서 숙소를 잡고 한 달간 생활했습니다.”

그는 첫 주연이라 힘을 빼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조연은 특정한 신에서 주인공이 돼 그 신을 ‘따 먹으면’ 되지만 주인공은 병풍처럼 존재하면서 조연을 감싸줘야 합니다. 주인공의 연기가 과하거나 힘이 들어가면 조연들이 따 먹을 신이 사라져 작품이 지루해집니다. 저는 그 감을 몰라 그냥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야 힘을 빼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습니다. 다음에 주인공을 하면 잘할 거예요. 하하.”

◆‘코미디 제왕’ 차태현, 속편도 주연

‘엽기적인 그녀2’에서 견우 역을 맡은 차태현.
‘엽기적인 그녀2’에서 견우 역을 맡은 차태현.
“재미있는 영화예요. 취직하기 어려운 ‘삼포세대’의 애환이 담겼어요. 직장인이 상사의 아이들까지 봐줘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녹아있죠. 물론 기본은 코미디예요. 특히 배성우 씨의 코미디가 웃길 겁니다. 저도 찍으면서도 계속 웃었어요. 코미디 공식을 벗어난, 진짜 웃기는 배우예요.”

극중 배성우는 차태현과 함께 입사한 동기. 직장에서뿐 아니라 차태현의 집에서도 웃음을 주는 연기를 펼친다. ‘엽기녀’ 빅토리아는 무술 고수로 차태현을 쥐락펴락한다.

“국내 팬들은 처음 보는 빅토리아의 연기가 새로울 겁니다. 빅토리아는 캐스팅 제안을 행복하게 받아들였다고 해요. 국내 배우라면 전작의 전지현에 대한 부담감으로 그러지 못했을 겁니다. 전지현을 대체할 한국 여배우는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빅토리아가 적역이죠.”

그는 영화 홍보차 중국에 갔을 때 빅토리아가 대스타임을 실감했다고 했다. 빅토리아는 중국에서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해 가수뿐 아니라 배우로 널리 알려졌다.

“오랜만에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를 영화로 접하니까 제 진짜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역할에 들어가기보다는 배역을 차태현화하는 타입인데, 견우는 실제 제 캐릭터와 70~80%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마음껏 연기했어요. 견우처럼 저도 결혼생활에서 주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누가 봐도 아내 잘못인데, 제가 잘못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싸움이 계속되거든요.”

그는 오는 7월 개봉하는 멜로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 이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편, ‘신과 함께’ 등에 잇달아 출연할 예정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