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시장 급속 잠식…전문업체, 고급화로 대응

편의점 도시락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도시락 전문업체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 도시락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전문점들은 점포와 매출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전문점들은 편의점 도시락의 도전에 맞서 고급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편의점 도시락 '폭풍 성장'…올해 매출 세자릿수 증가
1∼2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도시락은 편의점의 주력 제품으로 떠올랐다.

편의점 도시락 열풍이 확산되며 올해 들어서는 매출 성장률이 세자릿수를 나타내고 있다.

편의점 CU(씨유)의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65.8%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5.7% 급증했다.

1분기 CU의 전체 매출 1위 품목은 '백종원 한판도시락', 3위는 '백종원 매콤불고기정식'이었다.

부동의 1위였던 주류를 1위에서 끌어내렸다.

현재 CU는 2천800원∼3천900원의 도시락 16종을 판매하고 있다.

GS25의 지난해 도시락 매출은 58.9%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지난 11일 기준 103.5% 뛰었다.

GS25의 대표 도시락인 '김혜자 도시락'은 총 11종으로, 가격은 3천원부터 4천500원까지다.

GS25는 '김혜자 도시락'을 포함해 총 14종의 도시락을 선보이고 있다.

도시락 중 올해 매출 1위는 '김혜자 명가소갈비도시락'(4천원)이다.

최근 2년간 1위였던 '김혜자 진수성찬도시락'(3천500원)'을 밀어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 1분기에 도시락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배 수준인 194.6% 증가했다.

작년 매출 증가율 90.2%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작년 3월 선보인 '혜리 도시락' 12종을 포함해 세븐일레븐은 총 17종의 도시락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접근성과 우수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도시락 시장을 파고든 편의점 업계는 품질을 강화해 도시락 시장의 중심에 서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CU는 과거에는 2천원대 도시락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3천500원 이상 제품의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다며 합리적인 가격과 차별화된 품질의 프리미엄 도시락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GS25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고등어조림 도시락, 고등어구이 도시락, 장어덮밥 등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고품질 도시락을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도시락으로 상품화한 데 이어 편의점 일반 도시락의 가격보다 2배가량 비싼 고급 프리미엄 도시락을 상반기 내 출시할 계획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일본 도시락 시장을 편의점이 주도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편의점 도시락의 경쟁 상대는 도시락전문점이 될 것"이라며 "냉장 상태로 유통해야 하는 한계를 넘어 합리적인 가격과 고급화로 더 많은 고객을 흡수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지난해 3천억원 규모였으며, 올해 5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편의점 공세에 도시락전문점 '울상'…고급화로 맞서
시존 도시락 업체들은 편의점이 빠른 속도로 점유하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도시락전문점 점포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1천968개로 집계됐다.

점포수는 2013년말 1천985개, 2014년말 1천958개, 2015년말 1천939개 등으로 수년째 2천개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편의점은 최근 점포수가 급증하며 상위 3개 업체의 점포수만 3만개에 육박, 접근성 면에서 도시락 전문점을 압도한다.

도시락전문점은 매출 면에서도 상승세가 둔화하는 양상이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1위 업체 한솥의 지난해 매출은 860억원으로 전년보다 7.0% 증가했다.

2011∼2013년 15∼35% 사이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던 이 업체는 2014년 매출이 전년보다 3.3% 느는데 그쳤고 지난해에도 한자릿수 성장에 머물렀다.

한솥은 약 50가지의 도시락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1만2천원인 '점보새우프리미엄' 등도 있으나 1990년대 초반부터 판매된 '도련님도시락'(3천400원), '디럭스제육볶음도시락'(3천400원)' 등 5천원 미만 도시락이 주력 제품이다.

예전 방식을 고수한 메뉴들이 편의점 도시락과 비교해 반찬 구성 등 경쟁력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위 업체인 본도시락은 일찌감치 고가 전략을 도입해 편의점 도시락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4천원대부터 최고 1만9천900원까지 여러 메뉴를 운영중인데, 7천∼1만원 사이의 고급 도시락을 주력 상품으로 편의점 도시락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본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609억원으로 전년보다 16.0% 증가했다.

2014년 매출 증가율(20.1% )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15% 이상의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본 도시락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존 업체들처럼 '저가도시락'으로 시작했지만 가맹점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며 "소비자 조사를 통해 호텔 도시락과 저가 도시락 사이의 한식 도시락에 맞춘 메뉴를 출시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업체와 편의점 도시락은 가성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대기업 계열 편의점업계가 대량조리·구매 등 대형 유통망을 이용해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도시락 업계의 영업방식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오예진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