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만의 미국 대통령 방문…라울 카스트로와 정상회담
對쿠바 금수조치 해제문제 협의…오바마, 인권문제 거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쿠바 방문에 나선다.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 만이자 역대 두번째로서 양국 국교정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오후 부인인 미셸 여사, 두딸인 사야와 말리아, 장모인 마리안 로빈슨과 함께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19일 밝혔다.

21일까지 이틀간 머무는 오바마 대통령은 첫날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쿠바 국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 연설은 쿠바 국영TV로 생중계된다.

이튿날 저녁에는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쿠바 방문에서 대(對) 쿠바 금수조치 해제문제를 비롯해 양국관계 정상화 추진상황과 관계진전의 걸림돌이 되고있는 현안들을 점검하고 진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이번 방문에서 카스트로 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정치범 문제를 비롯한 인권문제도 정식 거론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쿠바 방문은 양국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관계정상화 작업을 토대로 더욱 진전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양국의 상업과 인적교류를 진전시키고 인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반체제 인사들, 인권운동가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카스트로 의장의 형이자 쿠바 혁명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와는 만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기간 미국 메이저리그 농구팀인 탐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농구 국가대표팀간의 시범경기를 관참할 예정이다.

농구는 쿠바에서 전국민적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어 이번 시범경기가 양국 교류활성화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쿠바는 2014년 12월 53년간 단절됐던 국교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 재개설(2015년 8월)로 공식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정기 항공노선 취항 재개(2016년 2월) 등 실질적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조치로 평가되는 대(對) 쿠바 금수조치 해제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어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재임 중인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한 것은 1928년 캘빈 쿨리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쿨리지 대통령은 그해 1월 16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미주회의 6차 연례 회의에 참석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1948년 미군 기지가 있는 쿠바의 관타나모에 다녀간 적이 있으며 지미 카터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후에 쿠바를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