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해외자산배분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분산투자로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설정해 운용 중인 자산배분펀드는 대부분 성과가 부진한 실정이다.
"글로벌자산배분펀드 수익률 실망이야"
24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혼합형펀드 중 36개 해외자산배분펀드의 올 들어 23일까지 평균 수익률은 -6.82%다. 성과가 부진했던 펀드는 대부분 주식혼합형펀드로 연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 리스크와 유가 하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각종 악재가 겹친 탓에 글로벌 주요국 주식들이 동반 급락한 영향이 컸다.

‘하이글로벌다이나믹자산배분’(-5.90%)과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5.64%) 등이 올 들어 5% 이상 손실을 봤다. 투자기간을 늘려 6개월과 1년, 2년 수익률을 봐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자산배분’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자산배분펀드는 선진국, 신흥국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상관관계가 낮은 다양한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멀티애셋상품이다. 시황에 따라 자산의 투자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면서 고수익보다는 리스크(위험)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저성장·고령화로 국내 증시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자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산배분의 필요성을 앞다퉈 강조했다. 증권사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글로벌 자산배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자산배분 펀드가 장기간 꾸준한 성과를 냈는지 여부를 본 뒤 골라야 하지만 대부분 국내 상품은 운용 기간이 2년 미만이어서 검증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36개 해외자산배분 펀드 중 절반(18개)이 지난해에 설정됐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에셋얼로케이션 팀장은 “글로벌자산배분 펀드는 단기 성과로 판단해선 안 된다”며 “지난 5년간 성과를 분석해보면 글로벌자산배분 펀드 수익률 변동성(표준편차)이 10% 안팎으로 일반주식형펀드(25% 안팎)에 비해 크게 낮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