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11월8일)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먼저 공화당에선 보수 가치관을 내건 테드 크루즈 후보(27.7%)가 도널드 트럼프(24.3%)를 눌렀다. 그동안 ‘트럼프 돌풍’을 감안하면 이변에 가깝다. 반면 트럼프는 3위 마코 루비오(23.1%)에게도 쫓겨 ‘트럼프 대세론’에 균열이 생겼다. 민주당 경선은 한술 더 떠 초접전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49.9%)가 버니 샌더스(49.5%)를 앞섰지만 득표율 차가 고작 0.4%포인트에 불과했다. 사실상 무승부지만 샌더스의 선전으로 보는 분위기다.

미 중부 아이오와주는 백인 비율이 높고 기독교 복음주의 성향이 강해 전체 미국 유권자를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1976년 이래 이곳에서 이긴 후보가 최종 낙점(단독 입후보 제외)된 경우가 양당 합쳐 열다섯 번 중 아홉 번에 이른다. 승자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정치자금이 몰리는 후광효과도 누린다. 하지만 양당은 압도적인 후보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오는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 내달 1일 ‘슈퍼 화요일’(민주 12개, 공화 14개주 동시 경선)이 초미의 관심을 끌게 됐다.

개막전 결과만 보면 양당 당원들은 ‘더 검증해 봐야 한다’는 미국 사회의 표심(票心)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보수·진보이념을 대변할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트럼프와 샌더스처럼 극단주의자들에게도 상당한 표를 몰아줬다. 표차가 워낙 미미해 누구도 대세론을 말할 처지가 못 된다. 극우 색채의 트럼프는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지 못했고, ‘첫 여성 대통령’감이라는 클린턴도 예상 밖 일격을 맞았다. 크루즈도 공화당 주류가 미는 후보는 아니며, 사회주의자인 샌더스의 돌풍에 민주당 내 주류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양당 후보들은 뉴햄프셔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선 트럼프와 샌더스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양당 경선의 향배는 더욱 오리무중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미국 대선이다. 양극단만은 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