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 고평가…중소형주는 주목할 만"
"한국 기업 지배구조 문제 좋아져…일본도 주주 이익 보호 개선"


휴 영 애버딘운영 아시아퍼시픽 대표
휴 영 애버딘운영 아시아퍼시픽 대표
"중국의 경제 둔화는 이미 3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도 아닌데 중국 정부가 이를 막겠다고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휴 영 영국 애버딘그룹 자산운용 총괄·아시아퍼시픽 총괄 대표는 21일 서울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애버딘 자산운용은 1983년 설립된 후 1991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순수 자산 운용회사다. 휴 영 총괄 대표는 삼성증권과 전략적 제휴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휴 영 대표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중국이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과거 경제의 급성장으로 투기 우려가 있었던 것 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시장에 대해선 "중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투자심리에 좌우되는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 주식 시장은 변동폭을 확대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는 "중국 주식시장은 아직 질적 수준이 낮고 규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행한 양적완화(QE) 정책은 실패했다며 중국이 뒤를 밟아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QE) 정책 시행으로 주식을 포함한 금융자산 가격과 외환시장에 심각한 왜곡이 초래됐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중국이 굳이 따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급락을 거듭하며 20달러대까지 추락한 유가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영 대표는 "과거 경험상 유가 전망에 대해선 오판이 많았기 때문에 함부로 예측할 순 없다"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봤을 때 유가 약세가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아시아 금융시장 전망 대해선 긍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의 기회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흥국 금융시장이 약세를 나타내는 것은 내부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라 주변 선진국 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신흥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기 때문에 금융시장 가격 하락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금은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미국 주식시장
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비싸지만 중소형주를 주목하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는 데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까지 사실상 34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sell korea)'를 외치며 역대 최장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국 부의 수준은 선진국이지만 금융시장은 신흥국으로 분류돼 있어 자금유출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재정상태가 견고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펀더멘털이 튼튼하므로 우리는 한국에 대한 주식비중을 늘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 대표는 "특히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문제가 좋아진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한국보다는 한 발 늦었지만 일본도 최근 주주 이익 보호가 개선되는 점이 의미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겨울 한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여름은 또 찾아온다"며 "지금은 우량회사들의 가격이 무차별적으로 타격을 받아 저평가 돼 있는 상황이고 향후 25년간 세계 경제를 이끌 회사들에 대해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