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새해 첫 거래일을 급락세로 시작했다. 중국 증시가 7% 가까이 폭락하고 유럽 증시도 2% 넘게 떨어진 영향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오전 중 16980까지 떨어졌다. 전 거래일(2015년 12월31일) 종가 17425.03보다 445포인트(2.6%)까지 내려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에서 발표된데다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 고조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S&P는 이날 오전 중 2.5%, 나스닥종합지수는 3.1% 각각 떨어졌다. 크레디트스위스 뉴욕지사의 롭 번스톤 주식거래 담당 부장은 “중국 증시에서 몇 분만에 나타난 격렬한 변동성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며 “트레이더들이 오늘 뭘 하려고 계획했든 간에, 지금은 전부 다 물 건너 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증시에서는 중국 정부가 올 들어 도입한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 발동되며 상하이 증시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중국의 서킷브레이커는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CSI300지수가 5% 급등락하면 15분간 거래를 정지하고, 7% 급등락하면 장 마감까지 거래를 완전 중단하는데 이날 두 조건이 모두 충족돼 4일 오후 1시34분께 상하이 증시는 거래가 멈췄다. CSI300지수는 7% 떨어졌고, 그 결과로 멈춘 상하이 증시는 전날 종가 대비 6.86%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11월 중순 이후 3400~3600사이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흐름을 보여왔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6.86% 폭락한 것은 사우디와 이란간의 갈등으로 중동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12월 중국 제조업PMI도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주간지 차이신은 이날 오전 12월 제조업PMI가 48.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월(48.6)은 물론 시장의 예상치(48.9)도 밑돌았다. 이로써 중국의 제조업PMI는 5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밑돌았다.

PMI가 50이상이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음을, 50이하면 위축 국면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차이신의 제조업 PMI가 5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한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 소장은 그러나 “최근 몇달새 제조업 PMI지수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증시 폭락은 다소 의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중국 정부가 작년 7월 한시적으로 시행한 최대주주 주식처분 금지 조치가 오는 8일 해제되는 것 역시 증시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최대주주 주식처분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 최대 1조2000억위안 규모의 매도 물량이 증시에 쏟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홍콩 봉황망은 중국 정부가 이날 폭락사태로 인해 주식처분 금지조치를 해제하는 시기를 뒤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이날 1918.76으로 2.17%,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8450.98로 3.06% 내렸다. 아시아 장이 끝날 무렵 시작된 유럽 증시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영국 FTSE100지수는 이날 2.5% 가량 떨어진 채 마감했다.

이상은/김동윤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