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이 고용 늘린다
올해 산업현장의 임금교섭은 10월 말 기준 타결률 63.9%를 보여 전년 동기(51.5%)에 비해 빠르게 진행됐다. 노사분규와 근로손실일수도 대기업, 협력사의 노사관계 불안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협약임금 인상률도 10월 말 기준 4%로 지난해보다 감소해 우려한 것에 비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교섭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필수적인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다수 기업이 교섭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했으나 노조가 반발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내년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해 도입이 시급해진 임금피크제 역시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의 반발로 도입이 더딘 상황이다. 조사 결과 11월 기준 매출 상위 200대 기업 중 51.4%만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며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인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40.7%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사업장이면서 장기근속자가 많은 자동차 관련사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금호타이어 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발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논의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본급 8만3000원 인상과 성과급 및 격려금 105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한국GM은 지난해 14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 자동차 판매도 전년 대비 5.9% 줄어든 상황을 고려해 보면 결코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결과다. 한국GM의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줄고 공장가동률 또한 75%에 그친 것도 최근 5년간 42%나 상승한 과도한 인건비가 원인이었다. 인건비 문제를 노사 공히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상황에서 올해 임금교섭 결과가 한국GM의 생산 증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민주노총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단체교섭도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확대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현대차는 이미 2013년 정년 60세법 개정 당시에 ‘59세에 임금을 동결하고 60세에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 60세 및 임금피크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에 대한 노조의 저항이 거셌다. 지난 9월에는 현대차 단체교섭이 중단됐고, 현대차 노조는 실리 성향 집행부의 임기만료로 교섭을 마치지 못한 채 강성 집행부로 교체됐다. 강성 집행부의 등장 이후 현대차 노사는 7일간의 집중교섭 끝에 내년 단체교섭에서 노사합의 하에 임금피크제를 확대 시행하고 교섭 전까지 임금체계 개편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현대차 노사가 임금성과급을 경영실적에 연동해 축소키로 합의한 만큼 이를 토대로 내년에 성과연동형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현대차 노사 간 교섭타결이 연말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동력을 약화시킨 측면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은 현대차 노조가 불참하면 아무런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인데, 현대차 노조가 교섭 미타결로 총파업에 즉시 가담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하루빨리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내년도 임금단체교섭에서는 노동계도 기득권을 버리고 노와 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또 이런 결과들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청년 고용절벽’으로 낙망하고 있는 우리 젊은 세대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영배 <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