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락세가 계속되면서 배럴당 20달러대 추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동결을 결정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더욱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날개없는 추락…배럴당 20달러 시대 오나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32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OPEC이 내년 석유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공급과잉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달 초 12개 OPEC 회원국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3천만 배럴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는 이보다 150만 배럴가량을 더 생산하는 상황에서 생산량 동결 소식은 공급 과잉 우려를 부추겼다.

특히 산유국들의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유가 수준이 현 수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OPEC는 재정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내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이란의 생산량이 내년 3월까지 하루 40만 배럴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은 10월 기준으로 하루 290만 배럴을 생산했다. 바클레이즈는 이란이 하루 50~70만 배럴의 원유를 새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이 하루 2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란의 공급 증가는 시장에 상당히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 역시 지난 4월 고점 대비 생산량이 소폭 줄기는 했지만, 내년에도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유가 반등을 이끌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9월 기준으로 하루 930만 배럴을 기록, 전달보다 0.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는 정점을 찍었던 지난 4월 하루 960만 배럴보다 3%가량 낮아진 수준이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70%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공급과잉은 이미 예견된 재료였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에 따른 달러 강세로 유가는 더욱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연초 씨티은행은 이미 올해 2월에 유가 30달러대를 경고한 바 있다.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진 현재, 시장에서는 이미 유가 20달러대를 예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율로지어 델 피노 석유장관은 지난달 유가가 내년에는 배럴당 20달러 중반대로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델 피노 장관은 OPEC에 가격 전쟁을 그만두고 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9월 OPEC이 산유량을 동결할 경우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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