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금융사기] "가상화폐, 5년 뒤 10배 수익"…'글로벌 투자기업' 위장해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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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외 투자 탈 쓰고 돈 끌어모아
FX마진거래·힉스코인 등 유명하지만 어려운 상품 미끼
해외 기업 한국지부로 위장…대박 꿈 내세워 투자자 모집
투자금 빼돌리고 해외 은닉…종교 집회 같은 모임도
FX마진거래·힉스코인 등 유명하지만 어려운 상품 미끼
해외 기업 한국지부로 위장…대박 꿈 내세워 투자자 모집
투자금 빼돌리고 해외 은닉…종교 집회 같은 모임도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힉스! 힉스, 힉스, 파이팅!”
지난달 24일 서울 논현동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가상화폐 힉스코인의 투자설명회. 참석자들은 힉스코인의 ‘대박’을 기원하며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업체 측은 “힉스코인은 미국 달러화에 맞서기 위한 제2의 기축통화로 제시된 통화로 지금 사두면 5년 뒤 최소 두 배에서 열 배까지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전직 지방대 교수로 소개한 박모씨와 현직 기자를 자처한 김모씨가 차례로 연단에 올라 힉스코인의 장밋빛 미래를 설파했다. 하지만 해당 대학에 문의한 결과 박씨는 재직한 적이 없으며 김씨가 일한다는 매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강사들은 논리보다는 대박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을 내세워 감정에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기업체의 실제 모임은 종종 종교 집회와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본사는 외국에” 위장
최근 금융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식으로든 해외와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회사나 가상화폐의 한국 지부로 스스로를 포장하거나 주요 투자처가 해외에 있다고 내세운다. 힉스코인 측은 “공산당이 세운 중국 국영 기업 안난그룹이 힉스코인을 발행하고 있다”며 “워낙 극비라 중국 내 뉴스 등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투자자를 현혹했다.
FX마진(외환선물)거래로 월 3~8%까지 고정수익을 보장한다고 고객을 끌어모은 맥심트레이더는 미국 본사의 한국 지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검찰이 총책인 신모씨 등을 구속해 수사한 결과 이들은 고객에게 받은 돈 가운데 170억원은 개인펀드와 서울 강남 아파트 등에 투자하고 270억원은 해외로 빼돌려 은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 시술을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한 파워풀레이스도 본사가 영국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한 영국대사관에 문의한 결과 영국 현지에는 이 같은 이름의 줄기세포 유통업체가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를 바탕으로 해당 회사를 수사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라며 250만원을 투자하면 월 6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한 망고9은 본사 대표전화의 국가번호를 ‘85’로 표기했다. 85는 북한의 국가 번호다.
◆유명하지만 어려운 상품이 대상
금융사기업체들은 유명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을 주로 미끼로 내건다. 가상화폐와 FX마진거래가 대표적이다. FX마진을 명목으로 내건 맥심트레이더와 IDS홀딩스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젬코인, 유토큰, 힉스코인 등도 가상화폐를 내세워 각각 2000억~3000억원 이상의 돈을 끌어모았다.
가상화폐가 금융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2013년부터 불어닥친 비트코인 열풍 때문이다. 발행 주체도 베일에 싸인 가상화폐가 실제 거래에 이용되고 가치도 급등락하는 것을 보면서 “일찍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상화폐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가상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관리자가 화폐 거래량을 조작할 수 있고 때로는 확정수익률까지 제시한다는 점”이라며 “가장 많이 쓰이는 비트코인도 때로는 가치가 급락하는 것에서 보듯 가상화폐를 불로소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FX마진거래와 사모투자 등도 일반인의 상품 이해가 낮은 맹점을 파고든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전문가 집단인 외환딜러도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은데 금융회사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가 FX마진을 통해 확정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고수익 보장을 주장하는 업체의 유혹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중국 골동품 투자를 내건 옌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권을 확보했다며 투자금을 모집한 엠페이스 등도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수익이 가능한 특별한 투자상품이 있는 것처럼 현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업체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용/마지혜/김동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지난달 24일 서울 논현동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가상화폐 힉스코인의 투자설명회. 참석자들은 힉스코인의 ‘대박’을 기원하며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업체 측은 “힉스코인은 미국 달러화에 맞서기 위한 제2의 기축통화로 제시된 통화로 지금 사두면 5년 뒤 최소 두 배에서 열 배까지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전직 지방대 교수로 소개한 박모씨와 현직 기자를 자처한 김모씨가 차례로 연단에 올라 힉스코인의 장밋빛 미래를 설파했다. 하지만 해당 대학에 문의한 결과 박씨는 재직한 적이 없으며 김씨가 일한다는 매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강사들은 논리보다는 대박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을 내세워 감정에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기업체의 실제 모임은 종종 종교 집회와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본사는 외국에” 위장
최근 금융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식으로든 해외와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회사나 가상화폐의 한국 지부로 스스로를 포장하거나 주요 투자처가 해외에 있다고 내세운다. 힉스코인 측은 “공산당이 세운 중국 국영 기업 안난그룹이 힉스코인을 발행하고 있다”며 “워낙 극비라 중국 내 뉴스 등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투자자를 현혹했다.
FX마진(외환선물)거래로 월 3~8%까지 고정수익을 보장한다고 고객을 끌어모은 맥심트레이더는 미국 본사의 한국 지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검찰이 총책인 신모씨 등을 구속해 수사한 결과 이들은 고객에게 받은 돈 가운데 170억원은 개인펀드와 서울 강남 아파트 등에 투자하고 270억원은 해외로 빼돌려 은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 시술을 내걸고 투자자를 모집한 파워풀레이스도 본사가 영국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한 영국대사관에 문의한 결과 영국 현지에는 이 같은 이름의 줄기세포 유통업체가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를 바탕으로 해당 회사를 수사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라며 250만원을 투자하면 월 6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한 망고9은 본사 대표전화의 국가번호를 ‘85’로 표기했다. 85는 북한의 국가 번호다.
◆유명하지만 어려운 상품이 대상
금융사기업체들은 유명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품을 주로 미끼로 내건다. 가상화폐와 FX마진거래가 대표적이다. FX마진을 명목으로 내건 맥심트레이더와 IDS홀딩스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젬코인, 유토큰, 힉스코인 등도 가상화폐를 내세워 각각 2000억~3000억원 이상의 돈을 끌어모았다.
가상화폐가 금융사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2013년부터 불어닥친 비트코인 열풍 때문이다. 발행 주체도 베일에 싸인 가상화폐가 실제 거래에 이용되고 가치도 급등락하는 것을 보면서 “일찍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상화폐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금융사기에 이용되는 가상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관리자가 화폐 거래량을 조작할 수 있고 때로는 확정수익률까지 제시한다는 점”이라며 “가장 많이 쓰이는 비트코인도 때로는 가치가 급락하는 것에서 보듯 가상화폐를 불로소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FX마진거래와 사모투자 등도 일반인의 상품 이해가 낮은 맹점을 파고든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전문가 집단인 외환딜러도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은데 금융회사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가 FX마진을 통해 확정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고수익 보장을 주장하는 업체의 유혹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중국 골동품 투자를 내건 옌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권을 확보했다며 투자금을 모집한 엠페이스 등도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수익이 가능한 특별한 투자상품이 있는 것처럼 현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업체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용/마지혜/김동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