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의원들은 야당 당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다. 행정도 감시하고 여당의 독주도 견제해야겠지만, 3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 일원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주체여야 한다. 임기가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한민국 제1 야당 새정치연합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자는 것인가.

지난 주말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규모 폭력 시위에 대한 새정련의 입장만 해도 그렇다. 이날 시위대는 경찰 113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경찰차 50대를 파손했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요 법치주의의 훼손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새정련은 그러나 당국의 과잉진압 문제에만 목소리를 높였다. 하기야 ‘박근혜 정부의 살인적 진압’ ‘백골단의 부활’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국가’ 등의 표현(이종걸 원내대표)까지 서슴지 않는 새정련에 법치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당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한·중 FTA 비준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도 새정련의 정체성을 묻게 하는 대목이다. 새정련은 산업분야에서 생길 이익을 농업분야에도 나눠주라는 ‘무역이익공유제’를 비준동의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무한정 표류시키고 있다. 우리보다 늦게 중국과 FTA를 맺은 호주는 이미 국내 의회절차를 마친 상태다.

외교 활동에 대한 비준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의무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조약 등을 통치자 1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비준권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중요한 고유 권한을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한 협상카드로만 쓰고 있는 듯한 행태는 공당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행정부가 하는 일에는 사사건건 몽니를 부리는 게 새정련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9개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달라며 호소까지 했겠는가. 이들 경제활성화법이 부지하세월로 국회에서 묶이면서 그 피해는 기업과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해 투자하고 채용했던 기업과 상인들은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기회만 있으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투쟁’에 나서는 게 새정련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이슈로 정기국회를 팽개치고 거리로 나갔다가 지지율이 오히려 급락하자 놀라 복귀한 것이 지난 9일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새정련은 오로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밖에 목표가 없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5분의 3의 정족수가 필요한 국회선진화법을 전가의 보도로 삼아 모든 국정을 사보타주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결국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가능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권교체는 협력과 경쟁을 통해서일 뿐, 무조건적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정련의 행태를 보면 오로지 현 정부와 적대적 투쟁을 벌이는 것만을 선거전략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새정련의 통렬한 반성과 혁신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좋은 야당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