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이변을 만들어내며 조 1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애초 브라질·잉글랜드·기니와 함께 속한 B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됐으나,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했다.

이들을 상대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두 경기 만에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기염을 토했다.

브라질과 기니를 각각 1-0으로 꺾은 최진철호는 잉글랜드와의 최종전에서는 비기긴 했으나, 매경기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투지와 최 감독의 용병술로 새로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써나갔다.

◇ 무실점은 역대 처음…매경기 새 역사 썼다
최진철호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치른 1차전에서는 FIFA 주관 대회 처음 브라질을 제압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 남자축구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과거 친선 경기에서는 브라질을 꺾은 적이 있지만, FIFA 대회에서 브라질에 이긴 것은 처음이다.

2차전 상대인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전도 1-0으로 승리하며 사상 처음 조별리그 2연승을 기록했다.

더불어 두 경기만에 16강을 확정지었다.

월드컵 4강에 들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1차전 폴란드를 승리하고, 2차전에서는 미국과 비긴 바 있다.

여기에 3차전에서는 잉글랜드와 0-0으로 비기며, 무실점으로 조 1위를 확정지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조 1위를 한 적은 있지만,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조별리그 2승1무(승점 7)는 2002년 월드컵 조별리그와 함께 한국 남녀축구를 통틀어 최고의 성적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미국과의 경기에서 1실점을 한 바 있다.

특히, 최진철호의 무실점은 이번 대회 24개 참가국 중에서도 돋보인다.

현재까지 24개국 중 실점이 없는 팀은 한국과 멕시코 뿐이다.

멕시코는 아직 3차전을 남겨 두고 있어 한국만 유일한 무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 '하나의 팀'으로 뭉친 최진철호…빛난 용병술
최진철호는 애초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는 이승우(바르셀로나)에 의존하는 팀이 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전 선수가 하나로 똘똘 뭉치며 '하나의 팀'이 됐다.

이승우부터 브라질전 결승골을 합작한 이상헌과 장재원(현대고), 기니전 '버저비터 골'을 만든 유주안과 오세훈(매탄고)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나가 됐다.

특히, 이승우는 이번 대회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수비 진영까지 내려오며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진철호의 탄탄한 수비력과 용병술은 조별리그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최 감독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사상 첫 4강으로 이끌었던 수비수답게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방어벽을 구축하며 후반 승부수를 띄웠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전반에 제대로 된 슈팅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기니전과 잉글랜드전에서도 거센 공격을 효과적으로 잘 막아냈다.

그러면서 후반 들어 교체 카드 투입과 함께 경기 흐름을 바꾸었다.

브라질전에서는 후반 33분 박상혁(매탄고)을 빼고 벤치에서 대기하던 이상헌(현대고)을 내보냈는데, 이상헌은 1분 뒤 기막힌 어시스트로 화답했다.

2차전에서도 오세훈은 그라운드에 나선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결정하는 결승골을 꽂았다.

최진철호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저력을 바탕으로 16강, 8강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