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과 증여, 법보다 가까운 실질적 혜안이 중요
대한민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시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자산 축적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상속·증여 문제가 숙제가 됐다.

최근 일명 ‘불효자 방지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 논란을 지켜보며 가족 간 재산 및 관계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개정안 동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상속·증여는 부모 사망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꺼내놓기 어려운 화제인 게 사실이다. 부모 자식 간 관계를 평온히 지키면서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혜안, 법보다 가깝고 실제 도움이 되는 조언이 필요하다.

무작정 상경해 지금은 건물 몇 채를 소유할 정도로 성공한 60대 후반의 자산가가 고민을 상담해왔다.

그는 막연히 증여를 미리 하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는 건물의 토지는 아들들 명의로 증여하고, 건물 자체는 본인이 소유하며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식들은 부동산이 유동성이 떨어져 당장 소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요즘은 건물까지 증여받고 싶어하는 눈치라며 고민을 말했다.

상속세는 과표에 따라 최고 50%까지 부과된다. 50억원 규모 부동산을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상속받는다면 약 7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아무리 자산가라 할지라도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상속 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증여의 경우 상속세와 세율은 같지만 부동산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리 분산해서 증여해 두는 것이 좋다.

위 사례에선 부동산의 전체 증여가 아닌 지분 증여가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건물과 토지 중 건물만 자녀에게 증여하면, 부모는 토지 확보로 자산 지배력을 유지하고 동시에 자녀는 받은 건물의 임대료 수입을 통해 증여세 부담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녀가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한 종신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를 내고 유지한다면 부친 사망 시 나머지 부동산을 상속받을 때 부친의 사망보험금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부모와 자식이 적절한 자산 균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막대한 규모의 증여세와 상속세 대비책까지 마련하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정부가 세대 간 적절한 부의 이전을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적정한 세대 간 부의 이전은 가족만의 관심사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고려되는 일이다. 노력으로 축적한 유산이 고인의 뜻에 따라 그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현명하게 잘 전달되도록 준비하는 것은 사회 정의에도 부합한다. 소중한 자산의 가치만큼 올바른 상속 지식의 활용과 준비를 통해 가족의 행복을 이뤄 나가면 좋을 것 같다.

김광익 < 푸르덴셜생명 이그제큐티브L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