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세종청사…인사처는 노래방과 '동거'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내년 3월 말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 현 세종청사에는 옛 소방방재청 청사를 제외하면 빈 공간이 없어 인사처와 안전처는 청사 주변 민간 건물을 빌려 쓸 예정이다.

행정자치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을 확정, 16일 관보에 고시했다. 이전은 연내 시작해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전 대상은 안전처, 인사처, 행자부 정부청사관리소 소속 1585명이다. 인천에 있는 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인사처 소속 소청심사위원회도 이전 계획에 포함됐다. 이전과 내년 사무실 임차에는 약 170억원이 든다.

인사처와 안전처의 이전이 내부적으로 결정된 건 지난 8월이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세종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나머지 행정기관 이전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사처와 안전처 이전이 탄력을 받았다. 안전처는 국무총리 소속이면서 2005년 이전 고시에 따라 옛 소방방재청이 이전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 이전 기관으로 정해졌다. 인사처도 국무총리 소속 기관이고, 2005년 이전 고시에서 옛 중앙인사위원회가 이전 기관이어서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행자부에 따르면 세종청사엔 이번에 이전하는 부처를 수용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옛 소방방재청이 입주할 예정이었던 세종2청사와 세종청사 7동에만 약 890명이 근무할 공간이 남아 있다. 안전처 공무원 중 250여명은 청사 인근 민간 건물을 임차할 예정이다.

인사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인사처 본부 인력 305명과 산하 소청심사위원회 34명은 모두 민간 건물을 빌려 써야 하는 상황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목적으로 건설된 세종시에는 정부청사에 입주한 공무원을 위한 아파트만 들어서 있을 뿐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대형 오피스 빌딩이 없다.

인사처는 아파트 인근 상가 건물을 임차하기 위해 최근 10여곳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들 건물은 주거지역 상가여서 건물이 좁은 데다 노래방 찜질방 등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 있다. 인사처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 인사를 책임지는 인사처 직원들이 노래방 건물에서 근무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더욱이 공무원 인사관리를 맡고 있는 인사처 업무 특성상 보안이 중요한데 이들 건물에 별도 보안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면밀한 검토 없이 안전처와 인사처의 이전 결정을 성급하게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의 표심을 겨냥한 결정이 아니냐는 주장도 없지 않다. 행자부 정부청사관리소는 “부족한 사무실 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세종청사를 추가로 신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