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추남추녀'의 계절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수시면접 채용을 한다. 요즘 들어 경력직 지원자들은 너무 몸을 낮추고, 신입사원 면접 참가자들은 마치 앵무새같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질문에 자로 잰 듯 완벽하게 대답하지만, 모든 회사에서 면접을 잘보기 위한 일반적인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가을인 지금, 면접을 하다 보면 ‘추남추녀’란 말이 떠오른다. 필자는 이 말을 ‘못생긴 남자와 못생긴 여자(醜男醜女)’, ‘가을 남자와 가을 여자’ 두 가지로 해석한다. 전자의 이미지로 보이는 면접자를 보면 ‘우리 회사에 오려는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 든다. 후자는 ‘가을 과일이 영근 모습처럼 완성미 있어 보인다’는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

면접을 보는 회사가 대기업은 아니지만, 지원자의 꿈과 미래를 키울 수 있는 곳이다. 면접자는 그 회사에서 자신의 실력을 펼칠 수 있다. 회사와 면접자가 그렇게 만난다면 정말 좋은 궁합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면접에선 후자보다는 전자의 인상을 더 많이 받는다.

최근 장 폴 아공 로레알 회장의 인터뷰를 접했다. 필자의 회사 중에도 화장품업체가 있어서 관심있게 봤다. 아공 회장은 ‘뷰티 공헌’이란 표현을 썼다. 태국의 산골에 가서 여성을 대상으로 뷰티 교육을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를 뷰티 공헌의 예로 들었다. 일석이조란 생각이 들었다. 뷰티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과 봉사가 결합된 모델이다. 아공 회장이 말하는 아름다움은 겉으로만 나타나는 화려함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있어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우린 어떤 ‘추남추녀’일까. 외형적인 것만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로 속을 알차게 채우는 배부른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 겉치레에만 집착하는 ‘추남추녀(醜男醜女)’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가을의 풍성함을 담은 ‘추남추녀(秋男秋女)’가 되어 보면 어떨까.

박혜린 < 옴니시스템 대표 ceo@omnisyste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