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곳곳에 '임금피크제' 불만 현수막 걸고 파업집회 열어
현대차 "오전·오후 8시간 파업에 730억원 매출차질"

"아버지 임금삭감으로 자식 취업 웬 말인가.사내 유보금 풀어 신공장 신설 청년실업 해소하자"

23일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가 4년 연속 파업에 들어간 공장에는 하루종일 부슬비가 내렸다.

본관 주변 도로에는 올 임단협 막판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오후 근무조 파업이 시작된 오후 3시 30분. 5개 공장의 생산라인이 일제히 멈췄다.

현대차에서 최근 가장 잘 팔리는 차종인 투싼과 제네시스, 에쿠스를 생산하는 5공장도 어김없이 가동이 중단됐다.

조금 전까지 컨베이어 벨트에서 '윙 윙'거리던 기계음이 모두 사라졌다.

5공장은 4천500명(조합원 4천명)이 투싼을 하루 720대, 제네시스 350대를 생산한다.

본관 앞 잔디밭에 마련된 파업 집회장에서 노동가가 쉴새없이 울려퍼졌다.

이날 오전 6시 50분 출근하는 오전 근무조는 오전 10시 50분까지 이미 4시간 파업했다.

오전 10시 50분까지 출근하는 방식으로 파업한 것이다.

오전·오후 근무조 조합원은 교대 시간인 오후 3시 30분에 맞춰 파업 집회에 참가했다.

오후조는 출근하자 말자 4시간 파업을 이어갔다.

일부 관리자만 텅빈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합원들은 파업 후 공장별로 모여 집회장으로 이동했다.

비 때문에 대부분 우산을 쓰고 움직여 엄청난 인원이 집회에 참여한 듯 보였다.

경찰 추산 인원은 3천여 명이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임금피크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합원 모두 당차게 투쟁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이 위원장은 집회 전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고 "정부의 노동개혁안인 임금피크제 때문에 파국을 맞은 것"이라며 정부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추석 전 임단협 타결에 실패한 현대차 노조는 24일과 25일에도 각각 6시간씩 파업한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4차례를 제외하고 20년 넘도록 매년 파업한 꼴이다.

회사는 노조의 오전·오후 모두 8시간 파업으로 3천300여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해 730억원 상당의 매출차질액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금까지의 교섭에서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확대, 기본급 8만1천원 인상, 성과급 400% + 300만원 + 무파업시 주식 20주 지급 등의 회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간연속 2교대 1조와 2조의 8시간 + 9시간 근무제도를 내년 1월부터 8시간 + 8시간으로 바꾸는 데는 합의했다.

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임금 15만9천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국내공장 신·증설 검토,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65세까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의 이달말 임기 종료로 향후 교섭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